울고싶다 나경원~ ‘정치 힘들어’

▲ 나경원 의원과 기소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은 김재호판사
나경원 전 의원이 뜻하지 않은 복병에 또다시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장직의 고배를 딛고 정치활동 재기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남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팟캐스터 ‘나는 꼼수다’를 통해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검찰에 기소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는 것. 나 전 의원은 봉합을 위해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과 함께 ‘나경원 죽이기’라며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사정당국의 말을 인용, 김재호 판사가 청탁을 부탁한 박은정 검사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인정했다고 보도하는 등 나 전 의원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이번 논란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심스럽게 그의 정치생명도 위기에 처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야권은 당장 이 문제를 정치이슈화 하는데 올인하는 분위기다. 김 판사의 기소청탁 사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나 전 의원의 개인적인 정치생명은 물론, 당장 새누리당의 공천과 총선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 판사와 부천지검의 박은정 검사는 입을 닫고 급기야 박 검사는 사의까지 표명한 상태다. 정치권 전체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논란의 전말과 향후 예상될 파장을 짚어본다.

검사의 양심선언“나경원 남편에게 기소청탁 받았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방송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로부터 2005년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현직 검사의 증언이 나온 것.김 판사는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달라며 검찰 관계자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일자 이를 부인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이날 방송은 청탁을 받은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박은정 검사가 양심선언을 했다고 전했다.

‘나는 꼼수다 봉주 7회’에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김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시사IN 기자에 대해 지난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한 부천지청 박은정 검사가 자신이 그 청탁을 받았다고 말을 해버렸다”고 밝혔다.김 총수는 “우리가 살려고 그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박 검사에게 증언하지 말라고 했는데 박 검사가 지난주 주진우를 체포, 구속영장 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한테 연락도 없이 공안수사팀에 말하고 우리가 미안해 할까봐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 기소청탁 논란의 박은정 검사(좌)와 김재호 판사

주 기자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방송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2005년 서부지법에 재직할 당시 일본 자위대 행사장을 찾은 나 후보에 대해 비판글을 올린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서부지검 검사에게 기소청탁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 기자는 “나경원 의원 보좌관이 먼저 ‘나경원은 친일파다’, ‘이완용 땅 찾아주기에 앞장섰다’ 등의 글을 블로그에 올린 김모씨를 경찰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는데 수사가 진행되지 않자 김 판사가 검찰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소만 해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김씨는 대법원까지 가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며 “1·2심의 판사 모두가 김 판사의 동료였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 기자가 서울시장 보궐선거(10.26) 직전인 작년 10월 25일에 이 내용을 나꼼수 방송에서 폭로했고, 서울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나 전 의원은 대리인을 통해 주 기자를 고발했다. 이를 수사하던 검찰이 주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를 저울질하던 찰나였고, 박 검사가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박 검사의 양심선언 이후 파장은 정치권으로 급격히 번지고 있다. 파문이 일자 서울중앙지검 측은 “경찰이 송치하지도 않은 사건과 관련해서는 일체 언급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대법원 측도 역시 “현재로선 언론에 보도된 나꼼수 주장만 있을 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당장) 입장 내놓을 게 없다”고 밝혔다.

나경원 “기소청탁 사실 아냐…편향 매체 정치공작” 주장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일 남편 김재호 판사가 박은정 검사에게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누리꾼에 대한 기소 청탁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편향된 매체의 정치공작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정면 돌파의지를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편 김재호 판사는 기소청탁을 하지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나는 자위대에 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네티즌을 고발한 적도 고소고발을 검토한 적도 없다”며 “법적인 대응을 했던 사안은 판사시절 맡지도 않았던 이완용 후선의 토지반환소송에 관한 음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에 이름이 나오고 있는 (기소청탁을 받았다는) 박은정 검사는 사건 배당을 받은 후 출산 휴가를 가게 돼 최모 검사가 사건을 재배당받아 수사한 후 2006년 4월13일 기소를 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기소된 사건은 애초 청탁을 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며 “이완용 후손이 제기한 토지반환소송 판결문의 담당판사 이름만 확인해도 명백한 거짓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검찰 기소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재호 판사는 기소시점부터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다”며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재호 판사 박검사에게 직접 청탁전화했다” 속속 보도
그러나 나 전 의원의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그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판사가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에게 2006년 1월 직접 청탁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경향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친일파 나경원, 이완용 땅 찾아주기 등 친일에 앞장섰다’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김모씨에 대한 고발사건 기록을 조속히 검토해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언론은 나 전 의원은 “기소청탁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평소 알던 사이도 아니고, 법조 경력이 8년이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박 검사는 김 판사의 전화를 ‘기소청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인들의 마라을 인용보도했다. 판사가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 담당 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또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기소청탁 의혹을 폭로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측에 수사정보를 유출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박 검사를 상대로 감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진실을 밝혀라” 공세당사자 박검사 전격사의
한편 민주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위’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과 경찰은 나 전 의원과 김 판사를 허위사실공표와 무고 혐의로 수사해야 하고 법원은 법관 윤리강령을 어긴 김 판사를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박 검사의 용기로 기소 청탁이 사실임이 드러났다”며 “나 전 의원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내세워 기소 청탁을 이야기한 주진우 기자를 고발한 건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말했다.

박 검사에 대해서는 “선량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본연의 의무를 다한 것인 만큼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민주당은 국회 법안심사위 현안질의를 통해 나 전 의원 부부에 대한 수사 등을 거듭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재호 판사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가 2일 전격사의를 표명했다.

박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 선후배 동료 검사와 직원들께 인사드린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김 판사로부터 실제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논란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법무부는 박 검사가 제출한 사표를 처리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논란을 풀 열쇠는 이제 검찰과 박 검사에게 있다. 검찰과 언론은 이번 사건과 관련 진실 여부를 일체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국민적 불신과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인터넷 포털과 SNS 상에서는 당시 상황을 놓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하며 확대해석되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논란에 부담을 느끼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박 검사와 당시 상황을 투명하게 밝히고 의혹을 불신시켜야 할 검찰의 책임 있는 해결의지가 향후 정치권의 향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번 논란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나 전 의원으로서는 이번 4월 총선 새누리당 서울 중구 후보공천에서 경쟁자인 신은경 전 아나운서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당장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나 전 의원 남편의 고소청탁 논란과 관련, “이것은 어떻게 볼 것 같으면 이 정권 초기에 있었던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의혹사건 그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반응을 표했다.

 
이 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검찰의 내부감찰 건이 바깥으로 어떻게 노출이 돼서 나온 것 같다. 그래서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거다. 이것은 진짜로 우리 사법사상에서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고 여하튼 세계적으로도 이런 경우가 과연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의심스럽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서울시장 출마의 패배 이후 잇단 정치적 불운이 거듭되고 있는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미래와 함께,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이번 ‘기소청탁 논란’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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