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FN executive 부사장

정치권에서 오가는 보이(boy)논쟁이 흥미를 끈다. 이러쿵저러쿵 원·투 펀치의 핵심은 이런 것이다. “당신은 올드보이(old boy)입니다”, ”무슨 서운한 소리입니까,골드보이(gold boy)라고 해야 옳지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해찬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바로 어제 손학규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다. 앞으로의 정국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의 지략대결이 될 것이다. 그들은 과연 올드보이일까? 아니면 골드보이일까?

올드보이(old boy)와 골드보이(gold boy)는 겉보기에는 영어 스펠링 ‘g’ 하나의 차이지만 그 의미에서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 오비(OB, Out of Bound)라는 말은 주말골퍼에게는 가장 듣기 싫은 말 가운데 하나다. 필드에서의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올드보이는 또한 졸업생, 퇴직자 등을 의미하는데 전성기를 지난 한물간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더 솔직하다. 다분히 상대방을 폄하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물론 골드보이는이와는 정 반대의 의미다. 황금 같이 귀한 경험과 능력의 소유자를 상징한다.

‘올드보이’는 유명 영화 제목으로도 익숙하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인데 한국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평가 받고있다. 그 영화는 명 장면, 명 대사가 많은데 그 중의 압권은 “누구냐, 너”라는 대사다. 많은 패러디로 유명세를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필자는 스펠링 ‘g’를 획득하는 것, 즉 골드보이가 되는 방법은 바로 이 질문 “누구냐, 너”에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딩의 관점에서 보면 이 질문은 상대방의 핵심 아이덴티티(identity)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수 있다면 그는 ‘올드보이’가 아닌 ‘골드보이’다. 진짜 골드보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정체성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 호날두의 신체 나이는 약 20세다. 실제 그의 나이는 올해 33세다. 마하티르 빈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93세에 현역으로 복귀했다. 김형석 교수는 100세에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한국 현대 미술의 거장 고 장욱진 화백은 57세때 “난 일곱살이요”라고 대답하며 나이는 먹는 것이 아니라 뱉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당신은 누구요?”라는 대답에 “나는 이런 사람이요”라는 심플한 정체성의 답을 준비한 사람들이다. 축구선수요, 정치인이요, 철학자요, 화가요. 

따라서 진정한 골드보이 정치인의 자격은 확고한 아이덴티티의 유무(有無)가 관건이지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즉 정치인 브랜드로서의 핵심 아이덴티티를 수립하고 그런 정체성을 국민이 같은 이미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진정으로 노력하는 정치인이 바로 골드보이 정치인이다.

필자가 제시하는 골드보이 정치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이른바 ‘5G’로 구성되어있는데 의미는 다음과 같다. Global 감각(세계적 수준의 정치 문화 지향), Goal 감각(국민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인 결과로 만들어 내는 역량), Green & Glass감각(투명하고 정정당당한 실력), Ground 감각(추상적이고 개념적이 아닌 실사구시적인 역량).

요즈음에는 6~70대 나이로는 노인 근처에도 얼씬 못한다.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참에 정치권에서는 노익장을 ‘골드보이(gold boy)’로 바꾸어 불렀으면 좋겠다. 그대신 원래의 의미를 일부 수정, 보강해야 한다.

《골드보이: 뜻을 품었으면 궁할수록 더욱 굳세고, 나이 들수록 더욱 기백이 넘쳐나는 사람을 일컫는다. 여기서 말하는 그 ‘뜻’은 국민지향의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가리킨다.》

골드보이(gold boy) 정치인 브랜드들의 맹활약상이 자주 눈에 띄기를 희망하고 또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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