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온라인 결제시 네이버페이 유인...카드사 긴장, 통합앱 개발 대응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적과의 동침?
IT업계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손을 잡는다. 카카오뱅크가 체크카드 온라인결제시 네이버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네이버와의 제휴에 나섰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하반기 중에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체크카드의 온라인 결제시 네이버페이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자매사로 카카오페이를 통해 네이버페이와 간편결제시장에서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네이버 제휴 결정이 예상밖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카카오뱅크는 자매사인 카카오페이를 통해 네이버페이와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네이버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점유율이 확대될 경우 카카오페이의 성장세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양사가 손을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가 네이버와 손을 잡는 것은 간편결제 시장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데 따른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간편결제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정보를 입력해 공인인증서 없이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로 2016년 11조781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9조9906억원으로 3배 넘게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도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로페이 등 간편결제 시장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플라스틱 등 실물카드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을 위한 결단이라는 관측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신용대출과 전세대출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10월 시행되는 총제적상황능력비율(DSR)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면 가계대출 위주의 사업구조로는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호영 대표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고 네이버와의 제휴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출범 후 단 6개월 만에 여신금액이 5조원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지만, 올해 7월말까지는 단 1조9000억원만 증가했다. 즉 여신사업을 통해 초반 인기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구조가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도 "체크카드 발급만 500만건을 돌파한 만큼 카드사업을 통한 수익발굴에 나설 시잠"이라며 "이번 제휴를 통해 점유율이 높아지면 신용카드 사업도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존 카드사들은 카카오뱅크의 공격적인 행보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수수료 인하로 인해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가운데 신규 경쟁업체의 등장과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가 그리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무엇보다 기존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본인들이 자신있던 전통적인 사업구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특히 간편결제 시장의 경우 구매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직접 돈이 넘어가는 구조인 만큼 기존 업체들이 구축한 카드망이 필요없는 상황이다. 카드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왔던 기존 업체들에게 있어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인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업체들도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까지 역부족인 상황이다. BC카드를 중심으로 통합앱 개발에 나섰지만, 업체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과거 카드망을 기반으로 영업을 해온 만큼 새로운 간편결제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체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2020년 이후 스마트폰 결제가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업체들이 IT업체들을 재빨리 따라잡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