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회장 ‘고급·본점 올인’ 전략 고집 때문?


 

지난 8월 10일 충무로 본점을 신규 오픈하며 백화점 사업 재개를 노렸던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신세계가 충무로 본점에 1,800억원을 투입, 신규 오픈을 통해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와 자존심 대결에 나섰지만 매출 부진 등으로 오히려 롯데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이마트 등 신세계의 전체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지만 유독 거액을 투자한 본점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매출 부진에 대해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 본점에 대해 지나치게 ‘고급전략’과 ‘올인전략’으로 일관한 것이 역효과가 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이 회장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명동과 남대문에서 펼쳐지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의 백화점 본점 경쟁에서 일단 롯데의 완승을 점치고 있다.
지난 8월 충무로 본점을 신규 오픈하며 명동의 롯데백화점을 위협했던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오픈 이후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거액을 들여 본점 신규 오픈 했지만 매출이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반면 오히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
신세계는 지난 8월 10일 총 1,800억원을 투입, 매장 면적 1만4,138평에 지하 7층, 지상 19층에 이르는 초대형 매장을 보유한 충무로 본점을 새롭게 오픈 했다.
특히 신세계 본점은 오픈 당시 롯데와 현대 등 경쟁사와 차별을 두기 위해 컨셉을 ‘월드클래스(World Class)’로 정하고 제품과 서비스측면에서 ‘고급전략’을 강조했다.
우선 의류, 잡화, 가전, 생활, 인테리어 등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 전시한 편집매장 형태의 멀티숍을 마련하고, 신발·의류 등 6개월간 전문교육을 받은 분야별 80여명의 판매 전문가가 매장 내 상시 대기시키는 등 VIP 서비스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또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을 매장 내에서 들고 돌아다닐 필요가 없이 매장에서 구입상품을 맡아주는 ‘핸즈프리’ 서비스도 실시했다.
이와 함께 신관 13층에 마련된 50석 규모의 멤버스라운지, 퍼스널 쇼퍼 서비스 등 특화된 서비스 제공도 강점으로 부각시켰다.

매출부진, 샵마스터 이탈로 이어져

신세계 본점은 무엇보다도 일반 백화점과 달리 매대 판매를 금지하는 등 ‘고급전략’에 집중했다.
이렇게 ‘고급전략’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신세계 본점은 오픈 당시 매출이 급증해 목표매출액을 훨씬 뛰어넘었다.
오픈 행사 등으로 8월 한 달 동안은 매출이 늘긴 했지만 이후 매출이 지지부진해지자 매장판매량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는 샵마스터(매장 책임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신세계 본점은 ‘고급전략’을 위해 금지했던 매대 판매를 허용하고, 신세계닷컴에서 판매하는 백화점 상품들을 본점에서 공급키로 하는 등 긴급처방에 나섰지만 매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샵마스터들의 불만은 이탈로 이어졌다.
이러한 신세계 본점의 매출 부진에 대해 업계는 이명희 회장이 지나치게 ‘고급전략’을 고집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명희 회장이 숙원사업인 본점 신규 오픈을 위해 거액을 투입했지만 지나친 고급전략으로 오히려 매출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 회장이 신세계 본점을 자존심 회복의 발판으로 삼았지만 이익추구에는 만족스런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측은 업계의 음해성 해석으로 단정 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본점은 8월 신규 오픈 이후 만족할 만한 매출을 올리고 있고 내년 8월까지 5,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경쟁업체들이 매출 부진 등 음해성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일 뿐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샵마스터의 이탈에 대해 “어떤 백화점 매장이던 판매가 부진한 매장이 있기 마련이라서 이탈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세계측은 본점 신규 오픈 이후의 매출액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어 실제 매출이 증가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
업계에서는 신세계 본점의 매출이 오픈 직후 반짝 상승하다 이후 지속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신세계측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꺼리고 ‘음해성’임을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오픈한 이후 경쟁업체들이 본점의 매출을 파악하기 위해 음해성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본점 매출 공개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이명희 회장이 ‘고급전략’과 함께 ‘본점 올인’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본점의 매출 부진이 알려질 경우 이 회장의 경영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명희, 본점에 집착하는 이유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쏟는 애정은 남다르다.
또 신세계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이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부사장도 신세계 본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용진 부사장은 자주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출근해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이명희 회장에게 신세계 본점은 단순한 장사 목적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전신이 국내 최초 백화점인 미시코시 경성지점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 97년 신세계를 삼성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면서 백화점 부문에 가장 신경을 썼고, 숙원사업인 본점 신규 오픈에 애착을 보였다.
신세계 본점 1층에 아버지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흉상까지 만들기도 했다.
이 회장의 본점 사랑이 지극한 만큼 신세계 백화점 부문 대표인 석강 사장은 본점 매장을 수시로 방문해 현장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회장과 정 부사장, 석 사장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신규 오픈 5개월째를 맞고 있는 본점의 실적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않고 있다.
최근 연말 바겐세일 등으로 매출이 상승하고 있지만 신규 오픈 당시 목표매출인 5,500억원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규 오픈 이전에 신세계 본점의 매출은 연간 1,000억원 수준. 하지만 이 회장은 ‘고급전략’을 앞세워 매출액의 2배 수준인 1,8000억원을 투입해 본점을 새롭게 단장했다.
신세계 본점 신규 오픈에 들어간 돈은 부가비용을 포함할 경우 4,000억원 규모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
그렇다면 이 회장이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본점에 4배 가까이를 쏟아 부으며 리뉴얼 공사를 추진한 이유가 뭘까.
업계 전문가들은 이 회장이 백화점 업계 1위에 등극하기 위해 본점의 매출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강조해 신세계백화점의 이미지를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매출 면에서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과 상대가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 최초 백화점의 새로운 변신’이라는 점을 강조해 백화점 사업의 재개를 노리고 있다는 것.
실제로 본점은 신규 오픈 이후에도 매장규모가 비롯한 신세계 강남점의 매출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장사를 위해서라면 이마트나 주거지역이 밀집한 곳에 신규 백화점을 오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신세계 본점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자존심 회복과 함께 이미지 제고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고급전략’과 ‘본점 올인 전략’이 본점 오픈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 본점이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년 영업 전략을 어떻게 수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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