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STX 경영권 중국계 AFC펀드에 매각...2001년 출범한 STX그룹 역사속으로

산업은행이 지난 22일 (주)STX의 경영권을 중국계펀드인 AFC유한회사에 매각하면서 한때 재계서열 13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STX그룹(강덕수 회장. 왼쪽)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STX그룹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2일 (주)STX는 최대주주가 KDB산업은행에서 AFC머큐리유한회사(85.30%)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중국계 펀드로 알려진 AFC는 중국 농업과학원과 중국 주요 은행·국영기업들이 출연해 만든 펀드로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다.

AFC는 박상준 부회장을 신규 대표로 선임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100억원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STX가 중국으로 매각되면서 재계에서는 한때 탄탄한 위상을 자랑했던 STX그룹과 강덕수 회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2001년 STX를 출범시켰고, 10년만에 재계서열 10위권의 조선그룹으로 폭풍성장했지만 글로벌금융위기 과정에서 결국 그룹이 해체된 STX그룹의 쓸쓸한 현주소를 살펴봤다. 

2001년 출범 후 10년 만에 폭풍성장

STX그룹의 출발은 지난 2000년부터였다. 샐러리맨 출신의 강덕수 회장이 주변의 자금을 모아 쌍용중공업(2001년 STX로 사명변경)을 인수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강 회장의 질주는 거침없었다. 단 1년도 되지 않아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STX조선해양)을 사들였으며, 2002년에는 산단에너지(STX에너지)도 인수했다. 2004년에는 대어로 평가받던 범양상선(STX팬오션) 인수전에 참여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선박엔진(STX)→조선(STX조선해양)→해운(STX팬오션)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강 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7년 노르웨이의 크루즈 건조업체인 '아커야즈(STX유럽)'을 인수한 것이다. 이어 2008년에는 중국 다렌에 조선소를 건설하기도 했다. 

STX그룹은 단기간에 폭풍성장을 하자 재계는 STX그룹을 주목했다. STX 출범 이후 단 10년만에 임직원 6만명에 연매출액 18조원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한 기업을 빠르게 정상화한 후 수익을 낸 후, 빌린 자금을 갚거나 새로운 매물을 인수하는 STX식(式)의 성장방법은 재계리더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10년에 걸친 STX그룹의 폭풍성장은 2007년 글로벌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룹의 주력사업인 조선업과 해운업의 업황이 추락하면서 STX그룹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주력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계열사의 재무여력이 낮아졌고, 그룹 전체의 재무상태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금융위기 1년 전 인수했던 야커야즈와 다렌조선소도 STX그룹의 금고를 축냈다. 

한순간에 해체된 STX그룹

자금부족을 겪던 STX그룹은 2010년을 전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2~3년자리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서 다시 유동성위기에 빠졌다. 사실상 그룹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2014년 1월 STX그룹은 채권단들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며 그룹해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STX팬오션의 공개매각이 진행됐고,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됐다. 강덕수 회장 일가가 소유했던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자율협약 대열에 합류했고, 공개매각을 진행했던 STX팬오션은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결국 STX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매각되면 그룹이 해체됐다. 오너 일가가 소유했던 STX건설은 지난해 코리아리츠에 매각됐으며, STX솔라는 GS그룹에 매각돼 이앤알솔라로 사명이 변경됐다. STX에너지와 STX전력도 모두 GS그룹이 인수하면서 사명을 GS이앤알, GS동해전력으로 바꿨다. 

STX대련은 파산을 선언한 후 중국 정부의 법정관리를 밟고 있으며, 아커야즈를 인수해 설립한 STX유럽은 핀란드 정부 계열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이밖에 공개매각이 추진됐던 STX팬오션은 하림그룹에 매각됐으며, STX엔진은 구조조정전문기업인 유암코에 팔렸다. 현재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은 아직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STX그룹은 2000년대 초 해운·조선업 호황을 타고 거침없는 성장세를 구가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면서 "강덕수 회장의 상징이었던 (주)STX마저 중국계 펀드에 매각되면서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기업이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