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국·호주 이어 입찰 제한…영국서도 우려 제기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옥.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화웨이가 미국과 호주에 이어 일본에서까지 5G 장비 도입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준비하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정보 유출을 우려해 정부 차원의 정보시스템을 도입할 때 화웨이와 ZTE를 입찰에서 제외할 방침을 굳혔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기밀정보유출과 사이버 공격 대책에서 미국과 호주 등 다른 나라들과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로 이러한 방침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공급하는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쓰일 수 있다면서 정부기관이 화웨이, ZTE 등으로부터 통신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호주 정부 역시 최근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이처럼 미국과 호주에 이어 일본 정부마저 보안 우려를 내세워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실상 금지하면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장비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서는 당장 다음 달에는 업체 선정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5G 장비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우수해 ‘가성비’에서 앞서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전국망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 3.5GHz 대역에서의 기술력은 더욱 높다는 평가다.

하지만 계속되는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더불어 국내 5G 통신 시장이 중국 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업체 선정을 위한 고민의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4G LTE 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의 경우 기존 장비와의 연계성 때문에라도 화웨이 장비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아직 5G 장비 도입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원활한 5G 통신을 위해서는 기존 장비와의 연계가 중요하다”며 “전임 (권영수) 부회장 역시 화웨이 장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어 화웨이 장비 도입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당시 권영수 전 부회장(현 LG그룹 COO)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박람회(MWC)에 참석해 “화웨이는 성능, 품질, 딜리버리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며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화웨이 장비 도입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올 초만 하더라도 화웨이 장비 도입에 긍정적이었던 양사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3.5GHz 대역을 지원하는 5G 장비를 공개하며 업계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사실상 삼성전자 장비를 도입하는 것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화웨이는 비상이다. 그동안 보안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도입을 꺼려하는 국가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화웨이 통신장비에 보안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일본에서까지 사실상 도입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진출에 더욱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국내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 이통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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