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청소년들에 의해 저질러진 강력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소년범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7월 인천에서는 10대 후반의 청소년이 초등학생을 유인해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전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올해 3월에도 대구에서 남학생 7명이 여중생 한 명을 폭행 및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글을 올렸고 30만 넘는 시민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론의 주된 타깃은 소년법이다. 소년법을 폐지하여 소년범을 일반 성인범과 같이 취급해 달라는 것이다. 나아가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재 만 14세 미만에서 더 낮추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던 법무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은 올해 안에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약속까지 한 상황이다.

이러한 여론의 배경에는 처벌 강화가 범죄를 낮출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일벌백계(一罰百戒). 한 사람을 엄히 처벌함으로써 백사람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그 뿌리가 깊고 강고하다. 그러나 범죄학이나 형사법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은 강력한 처벌이 범죄율을 낮춘다는 주장에 대해 신뢰를 부여하지 않는다.

처벌의 강도(强度)와 범죄율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은 믿고는 싶지만 실증적 연구로는 입증되지 않는 가설이기 때문이다.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사회 내 존재하는 그리고 범죄인 개인을 둘러싼 매우 다양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심지어 정치적 상황들이 배경이 되어 있는 까닭이지 단지 형벌이 약하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처벌의 강도는 범죄억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가지 미미한 요소에 불과하다. 한 예로 인터넷 여론에서 흔히 언급되는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미국은 강력한 처벌의 대명사격인 나라이다. 흔한 범죄들에 대해서도 미국 법정에서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정도의 중형이 선고된다.

그렇다면 미국은 범죄의 청정국(淸淨國)인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매년 수많은 강력사건들이 발생하여 시민들이 범죄피해를 입고 있다. 그리고 중형으로 인해 전국의 감옥은 늘 과밀상태이다.

심지어 지난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주 교도소 내 과밀을 이유로 주정부에 재소자 4만 6천명을 가석방하라는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33개 교소도의 적정 수용인원은 8만명이었지만 14만 5천명이 수용되어 있는 상태였다.

2011년 캘리포니아 주법원의 석방명령이 합헌이라고 판결한 연방대법원은 “의사 진료를 받기 위해 700명이 기다리고 한 개의 변기를 54명이 함께 쓰고 있다”면서 “인원을 줄여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과밀수용 상태에서는 어떤 교정노력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교도소에서 비인간적 처우를 받고 출소한 사람들은 재범으로 그리고 통상 더 중한 범죄로 사회에 복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여러 실증적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미국의 높은 범죄율은 미국 내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상황에 기인한 바 크다. 중형으로는 범죄를 줄이지 못한다. 최선의 사회정책이 최고의 형사정책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소년범을 대함에 있어서는 더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 미성숙한데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이 범죄상황에서 성인범 보다 더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대부분의 성인범들도 범죄상황에서는 자신은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범죄를 저지른다. 추후 처벌의 정도를 계산하여 진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성인범 보다 더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년범들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처벌이 중하다고 하여 이성적으로 계산해 뒤로 물러서기를 기대할 수 있는 소년범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년범을 성인범과 달리 취급해야 하는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청소년들이 변화의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소년범은 아직 인성, 삶의 가치관과 방식에 있어서 악성에 덜 물들어 있기 때문에 교화와 발전의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교도소에서 성인범과 같이 수용하여 동일하게 취급할 경우 교도소 내의 하위문화에 쉽게 물들어 더 큰 범죄자로 변모할 가능성 또한 크다.

소년범이 더 위험한 강력범으로 성장할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가 온전히 떠안게 된다. 소년법이라는 특별법을 통해 제재절차나 내용에 있어서 소년범들을 성인범과 달리 취급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이유이다. 게다가 소년범의 많은 사례, 특히 소년강력범의 대부분이 가족 방임이나 학대를 경험했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보다는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과 원호가 더욱 필요하고 그것이 교정에도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많이 있다.

인과응보식의 단순 사고에 근거해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은 소년범에 대한 합리적인 형사정책을 포기하는 것이고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실책을 범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도 형법 제9조 위헌확인 소송을 기각하면서 소년범은 감수성이 강하고 상처받기 쉬운 상태에 있고 반사회성도 고정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시한 바 있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리 형법의 만 14세는 결코 높은 기준이 아니다. 일본과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러시아 등 많은 나라가 만 14세를 형사미성년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핀란드는 15세, 스페인은 16세, 벨기에는 18세 등 더 높높은 기준을 세운 나라들도 있다.

반면 프랑스는 13세, 영국과 호주는 13세가 기준이다. 일본은 2000년 소년형사처벌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추었고 소년원 송치연령도 2007년 14세에서 12세로 낮추었으나 소년범죄가 줄어든 것으로는 평가되고 있지 않다. 영국은 형사책임연령이 10세로 가장 낮음에도 불구하고 소년범죄가 여전히 중요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형사책임연령을 낮추어 처벌 대상을 늘려도 소년범죄의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통계상 소년범 전체에 의한 강력범죄 발생율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2007년 2.2% → 2016년 4.4%), 만 14세 미만자인 어린이에 의한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소년범 일반에 대한 처우의 어려움을 들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하향조정하려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이 우리나라에서 만 12세 및 13세의 어린 소년범들이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소년법에 의해 이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보호처분뿐만 아니라 2년까지의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다. 소년원 수용은 사실상 교도소 수용과 다를 바 없는 강력한 자유박탈이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제재라 할 수 없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결코 즉흥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고 소년범 정책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설혹 자식들이 사고를 치더라도 언젠가는 바른 길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년범이 우리 모두의 자식이라면 이러한 희망적 사고와 인내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 소년범이 사고를 치는 데는 그들이 안정되고 건강한 상태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못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설혹 소년범이 사고를 다시 치더라도 더 큰 책임은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지 못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사회에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성장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부 장관의 입에서 쉽게 형사처벌 강화와 처벌대상 확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소년범에 대해서는 처벌 보다는 교육과 보호가 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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