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에 코람코신탁·자산 동반 인수...주력 패션에 부동산·금융까지 광폭확장

구본걸(왼쪽) LF그룹 회장이 국내 자산신탁 업계 3위의 코람코자산신탁(오른쪽)을 1600억원에 전격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패션회사 LF의 화려한 외도?

구본걸 회장의 LF그룹이 국내 3위 부동산신탁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과 대체투자회사인 코람코자산운용을 동시에 인수하며 부동산·금융업 진출을 선언했다.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지 10년만에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패션에 집중됐던 사업구조를 부동산과 금융으로 확장하는 영토확장에 나선 것이다. 

LF그룹, 1600억원에 코람코 인수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LF그룹은 코람코자산신탁의 창업자인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이 보유한 지분 5.43%와 소액주주 지분 40.57% 등 총 46%를 약 16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코람코자산신탁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코람코자산운용도 같이 인수하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의 기업가치를 34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한화증권이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9.94%를 키움증권에 매각할 당시에는 코람코의 가치가 약 2400억원대에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LF는 경영권 프리미엄으로만 40%를 지불한 것으로 증권사들은 분석했다. 

LF그룹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우호지분 외에도 다른 출자자들의 지분 확보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은 2001년 설립당시 우리은행(12.2%), 산업은행(11.7%), 키움증권(9.94%), 코리안리재보험(9.68%), 신한은행(7%) 등이 출자에 나섰는데, 이들의 보유 중인 지분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통 구본걸 회장, 신성장동력 얻나?

금융권에서는 이번 LF그룹의 코람코 인수를 구본걸 LF 회장의 승부수로 평가하고 있다. 한계점에 다다른 패션산업을 벗어나 부동산과 금융업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구본걸 회장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로, 구자승 전 LG상사 대표의 아들이다. 2007년 LG상사의 패션사업부를 분할해 LG그룹에서 독립했다. 현재 국내에서 닥스, 마에스트로, 헤지스, 라푸마 등 의류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구본걸 회장은 LG그룹에서 LF그룹을 독립시킨 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토를 확장해왔다. 2014년에는 LG패션이던 사명으로 LF로 바꾼 뒤 식품과 유통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동아TV를 비롯해 폴라리스TV 등을 사들였으며, 화장품과 호텔, 아울렛, 건설 등 30여개의 비상장계열사들을 통해 10여개 이상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패션사업에 집중된 사업구조로 인해 시장에서는 저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LF그룹은 지난해 1조6021억원의 매출액 중 90% 정도가 패션사업에 치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LF가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실제 증권사들은 LF그룹이 코람코 인수만으로도 매출액 8%가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60%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구본걸 회장의 과거 이력도 코람코 인수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구본걸 회장은 1990년 LG증권 재무팀으로 입사해 그룹의 주요 재무부서를 거친 바 있다. 패션회사를 경영 중이지만, LG가 오너 일가 중에서 금융통 혹은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은 원래 부동산과 금융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코람코 인수를 통해 LF그룹에 새로운 성장엔진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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