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29)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해상 플랫폼. 사진=뉴시스

해상에서의 가스개발 - 생산 플랫폼

해상에서 원유나 가스를 생산하기 위해 설치하는 거대한 해상구조물을 생산플랫폼(production platform)이라고 한다.

일반인들은 해상에 있는 구조물을 모두 시추선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시추선은 단지 시추만을 위한 비교적 작은 구조물로서 시추작업 기간에만 해상에 있다가 시추가 끝나면 다른 위치로 이동하게 된다.

반면에 생산플랫폼은 원유나 가스의 생산을 위해 설치하는 반영구적인 구조물로서 규모가 시추선보다 훨씬 크다. 생산플랫폼으로는 생산을 위한 설비만 있는 것과 생산설비에 더해 시추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있는데, 쉐 생산플랫폼은 후자에 속한다.

생산플랫폼은 생산물 처리를 위한 플랫폼(CPP, Central Processing Platform), 거주 공간(living quarter), 시추를 위한 플랫폼(wellhead platform) 등이 분리돼 브리지로 연결되기도 하고,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에 모두 같이 배치하기도 한다. 우리 쉐 생산플랫폼은 후자에 해당된다.

아주 수심이 깊은 심해 지역에서 석유를 생산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산플랫폼을 위해 해저면에서부터 기둥 역할을 하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게 되는데 이를 자켓(jacket)이라고 한다.

자켓 위에 놓인, 각종 생산설비가 있는 구조물을 탑사이드(topside)라고 한다. 탑사이드에는 생산에 필요한 설비는 물론이고 거주공간과 저장시설 등 생산작업에 필요한 모든시설이 설치된다.

가스개발의 단계

개발작업의 첫 단계는 타당성 조사다. 개발을 하려면 우선 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를 실시해 가장 적절한 개발방식을 정하고, 그에 따른 개발비용을 산정해 프로젝트의 경제성 여부를 조사한다.

개발이 타당성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되면 그 다음으로는 해양 생산설비에 대해 FEED(Font-End Engineering and Design)라고 하는 기본 설계단계를 거친다.

그런 다음 본 공사 단계, 즉 EPCI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Installation and Commissioning)에 들어가서 상세설계, 구매, 건설, 설치, 시운전의 순서로 공사가 진행되는데, 설치와 시운전을 생략하고 EPC라고도 한다.

개발과정에서 생산플랫폼 설계 및 제작과 함께 원유나 가스를 생산할 생산정을 시추하는데, 생산정 시추는 생산이 시작된 이후까지 계속 진행되기도 한다.

개발 대상이 여러 개의 가스전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 생산플랫폼은 가장 큰 가스전 위에 설치한다. 생산플랫폼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가스전은 시추선을 따로 용선해 생산정을 시추한 다음, 해저면에 별도의 해저구조물(subsea structure)을 설치해 가스를 생산한 뒤, 해상가스관을 통해 생산플랫폼으로 연결해 제반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쉐 가스전 프로젝트 1단계 생산설비는 탑사이드와 자켓으로 구성된 생산 플랫폼, 해저생산설비, 해상가스관, 육상인수기지 등이 있다. 사진.=저자 제공

황금가스전 프로젝트 개발준비

우리가 발견한 미얀마 가스전은 A-1광구의 쉐, 쉐퓨 가스전과 A-3광구의 미야 가스전이 있는데, 미야 가스전은 남북으로 길게 분포하고 있어 미야 북부, 미야 남부 가스전으로 구분된다.

그 중 쉐 가스전이 가장 큰 가스전이고 생산플랫폼도 쉐 가스전에 위치하고 있어, 우리 미얀마 가스전 모두를 지칭해 쉐 가스전 프로젝트라고 하며, 간단히 쉐 가스전, 즉 황금가스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단계 개발작업

2008년 12월 체결한 가스 판매계약에 의해 쉐, 쉐퓨, 미야 3개 가스전에서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일일 5억 입방피트의 가스를 생산해야 한다. 따라서 3개 가스전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를 한꺼번에 개발·생산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개발해 나가면서 일일 5억 입방피트의 일정한 생산량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우선 쉐 가스전과 미야 북부 가스전을 1단계에 개발하고, 쉐퓨 가스전과 미야 남부 가스전은 약 10년이 지난 후에 생산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현재 모든 건설이 끝나고 정상 가동 중인 쉐 가스전 프로젝트의 1단계 생산설비로는 탑사이드와 자켓으로 구성된 쉐 생산플랫폼, 해저생산설비, 해상가스관, 육상인수기지가 있다.

미야 북부 가스전으로부터 해저 생산설비를 통해 생산되는 가스는 14인치 해상가스관을 통해 쉐 생산플랫폼으로 와서, 쉐 가스전으로부터 생산되는 가스와 함께 쉐 생산플랫폼 탑사이드에서 처리 과정을 거친 후, 32인치 해상가스관을 통해 육상 인수기지로 옮겨가서 인수기지 옆에 있는 중국 인수기지로 인도된다.

생산플랫폼과 해저 생산설비 등 가스 생산과 관련된 설비 일체와 해상가스관 및 람리섬의 육상 인수기지는 쉐 프로젝트의 운영권자인 대우가 맡아 건설했고 그 운영을 맡아서 하고 있다.

한편 육상인수기지로부터 중국 국경까지의 육상 가스관은 합작회사의 대주주인 중국 CNPC의 책임 하에 있다.

개발 담당 인력 충원

쉐 가스전을 발견한 직후부터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고, 가장 중요한 개발 인력의 보강과 충원에 주안을 뒀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이나 가스전을 개발한 예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스전 개발을 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우선 한국 인력 중 가스전 개발 업무를 맡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수배한 끝에, 한국석유공사에서 대륙붕 가스전 개발을 직접 담당했고 외국 개발 현장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주시보 이사를 개발 담당책임자로 충원했다.

마얀마 가스전 프로젝트에 열정을 바치는 직원들과 함께. 사진=저자 제공

가스전 개발을 위한 각 분야의 실무 업무를 위해 우선 경험이 풍부한 외국 인력을 고용해 업무를 수행하게 한 다음, 점차 한국 인력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개발 담당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미얀마 현지 엔지니어들도 충원해 나갔다.

1년에 두 차례 있는 정기공채에서 지질학과 자원공학 전공은 물론이고, 기계공학, 전기공학, 화학공학, 조선공학, 해양공학, 토목공학 등을 전공한 신입사원과 경력사원을 채용했다.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수 인력을 발굴하기 위해 직접 뛰어다니며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원개발 직종의 취업 기회에 대해 홍보를 해 나갔다.

그런데 지질학이나 자원공학 전공자들은 대우인터내셔널의 활약상을 선배들을 통해 듣고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다른 공학 분야 전공의 경우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원개발이라는 것이 워낙 생소한 분야인 데다 근무지가 미얀마라는 점이 선뜻 입사 결심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면접시험에서 통과된 채용 대상자들에게 미얀마 가스전 사업 설명과 함께 미얀마에서의 생활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환경에서 여유롭게 살아가면서 보람있는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면서 인력 충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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