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약 특허 만료 후 쏟아져...시험·서류 없어도 공동위탁시 판매 가능해 논란

발암성분이 함유된 원료로 제조된 고혈압치료제로 인해 복제약(제너릭)에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 및 식약처가 '위탁·공동 생동성시험'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규제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Pixbay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생동성시험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결국 제약업계에 규제라는 칼을 빼들았다. 발암물질 성분이 포함된 합성의약품 복제약(이하 제네릭) 판매 중지 상태 후 복제약 난립에 다른 안정성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동성시험(제약사에서 만든 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한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시험) 강화'라는 카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복제약 논립에 다른 안전성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식약처가 일차적으로 허가 기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도 이와 관련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가 복제약 시장의 문제를 촉발시켰다"면서 "대책 마련을 위한 실무회의를 이미 시작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약처가 생동성시험 등 허가 절차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생동성 시험 참여 업체를 최대 4곳으로 제한하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및 식약처가 제네릭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은 발암물질 성분이 포함된 고혈압 복제약 판매 중지 조치 이후 제네릭에 대한 안정성 논란이 제기되면서부터다. 국내 제약시장의 경우 이미 제네릭의 시장규모가 오리지널약 판매약을 넘어섰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정부 및 식약처가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고혈압, 당뇨 등 사용빈도가 높은 의약품일수록 제네릭의 비중이 높은 점도 규제 강화의 단초가 됐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 중인 발사르탄(고혈압, 심부전, 심근경색 후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한 원료의약품) 성분을 포함한 고혈압액 571개 품목 중 30.5% 정도가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문제가 된 약들은 모두 중국산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만든 제너릭이다. 

문제는 판매 중지 대상이 된 고혈압약을 복용해온 국내 환자가 무려 35만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정부 및 식약처는 바로 이점 때문에 규제 강화로 가닥을 잡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고혈압 제너릭과 비슷한 사례는 발기부전치료제로 잘 알려진 비아그라의 복제약시장에도 볼 수 있다. 비아그라와 유사한 발기부전 치료제는 국내에서만 46개사 116개의 제너릭이 판매 중이다. 비아그라와 유사한 효과를 가진 시일리스 역시 69개사 185개사가 제너릭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B형 간염치료제인 바라크루드의 복제약은 72개사 148개, 특허만료를 앞둔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역시 수십곳에서 제너릭 출시를 대기 중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제너릭 난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위탁·공동 생동성시험'을 지목하고 있다. 제약사가 복제약을 만들려면 생동성시험을 통해 제러릭이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과가 있음을 밝히고 안정성에 대한 부분을 입증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위탁·공동 생동성시험을 통해 식약처의 판매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여러 회사가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생동성시험을 통과하기만 하면 제너릭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때 실시되는 생동성시험에 참여하는 제약사의 수는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수백종의 제너릭이 무분별하게 시장에 출시되는 상황이다. 발사르탄 성분이 포함된 고혈압 치료제 역시 제너릭 허가를 받은 제품만 500종의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 규제 역시 허술했다는 지적이 많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생동성시험을 받을 때는 양잘의 고가 원료를 사용했다가 허가를 받은 후에는 품질 보장이 되지 않는 값싼 원료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실제 식약처는 고혈압약 원료처가 유럽에서 중국으로 변경됐을 때에도 중국 원료업체들에 대한 실사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약값 정책도 문제로 제기됐다. 다른 나라 대비 복제약의 가격을 높게 책정해주고 있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무분별하게 제너릭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오리지널약의 특허 만료 후 첫번째로 나온 제너릭의 약가를 오리저널 대비 59.8%로 정하고 있는데, 1년 뒤에는 53.33%로 인하된다. 다른 나라는 제너릭에 대한 가격을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자율경쟁을 통해 약값을 결정하고 있다. 

정부 및 식약처도 업계의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생동성시험 등 허가 절차를 강화하고 위탁·공동 생동성시험 참여 업체도 최대 4곳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는 일단 정부 및 식약처의 규제 강화 방침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대형 제약사 한 관계자는 "생동성시험 규제가 느슨하다보니 제너릭 허가가 너무 쉽게 이뤄지면서 제약업계가 신약개발이 아닌 제너릭에만 집중하고 마케팅경쟁에만 몰두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세업체들은 정부 및 식약처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소 제약사 임원은 "문제가 된 고혈압약 사태는 조제 과정의 문제로 생동성시험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이를 제너릭 전체로 확대해석하면 신약개발 비용을 보유하지 못한 영세업체들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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