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역봉에 골프·학자금까지 요구...삼성, KT 등 피해기업 16개사 달해 

20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불법 청탁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경제검찰이 아니라 갑질대장이었네!"

공정거래위원회의 퇴직자 재취업 청탁 과정이 검찰의 수사에 드러나면서 공정위 전직 간부들의 갑질 백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들은 16개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억대 연봉은 물론, 골프회원권과 자녀학자금 등 다양한 요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잉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위 퇴직자 불법 취업 과정을 수사한 결과 16개 대기업들의 피해사례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공정위 전직 간부들은 이런 갑질을 일삼고도 해당 대기업들로부터 억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기업들은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SK그룹,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망라된 것으로 확인됐다. 17명의 공정위 퇴직 간부들은 이들 대기업들에 재취업해 평균 1억5000만원의 연봉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취업에 성공한 17명 중 13명은 업무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원의 돈을 추가로 챙겼다. 이들 중 1억원 이하의 연봉을 받은 이는 오직 단 1명 뿐이었다. 

온갖 혜택 받고도 출근도 안해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 퇴직 간부들은 대부분 연차에 따라 억대 연봉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퇴직 간부는 1년차에 1억90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았으며, 2년차에는 2억9000만원, 3년차에는 2억40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이 간부는 연봉 외에 업무추진부 명목으로 월 500만원의 법인카드를 따로 사용했다. 

대기업에 취업한 공정위 간부들은 평균 연봉 1억2000만원에 성과급 4000만원, 차량, 차량운영비, 건강검진, 의료비, 법인카드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퇴직간부들은 사무실이 없어 출근조차 안 했지만, 매달 수백만원의 월급과 법인카드 혜택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이런 혜택을 누린 퇴직간부들이 공정위 주요 요직을 거친 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정위 근무 당시 일했던 보직과 관련없이 대부분의 퇴직자들이 이런 혜택을 누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은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취업한 공정위 퇴직자들 중 상당수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았다. 

조직적인 재취업 청탁 있었나?

검찰은 일단 공정위가 대기업들에 퇴직자들의 재취업 청탁을 조직적으로 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검찰은 공정위 압수수색 과정에서 2009년 11월 작성된 '바람직한 퇴직문화 조성을 위한 퇴직관리 방안 검토'라는 보고서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조직 노쇠화 ▲인사 적체 ▲승진 인사 장애 등 고질적인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보고서가 공정위 내부 문제의 해결책으로 ▲국장급 퇴직자는 기업체 고문 ▲과장급 퇴직자는 기업체 임원 ▲무보직 서기관 이하는 기업체 부장으로 취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공정위가 매년 '퇴직자 취업현황' '정년 예정 현직자 현황' '유관기관 단체 현황' 등의 목록을 작성한 것 역시 재취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공정위 퇴직간부를 받아들인 기업체들이다. 검찰은 해당 대기업들이 공정위 관련 사안 발생시 대형로펌을 선임해 이를 해결해온 만큼 공정위 퇴직자들을 취업시킬 이유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재취업자로 받아 준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가 로비스트로 활동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의 관련된 사안의 경우 지식재산권을 비롯해 전문영역에 대한 법률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재판 과정이 길게는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퇴직자들을 활용해 빠르고 유리한 결론을 내리는데 활용했을 것이란 견해다. 

대기업들 '불이익 우려했다?'

공정위와 첨예한 대립관계에 있던 유통대기업들이 대표적이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12년 12월 공정위로부터 퇴직자 재취업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공정위 측 관계자는 롯데그룹에 퇴직자들의 채용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와 관련 검찰 진술에서 "전례가 없어 어렵다"고 답하자 공정위 간부가 사장급 인사를 통해 다시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결국 고액연봉에 공정위 퇴직자를 채용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공정위로부터 비슷한 압박을 받고 2013년 신생 계열사에 공정위 퇴직자를 고문으로 고용했다. 

한편 공정위는 20일 퇴직자들의 불법 취업 청탁 방지를 위한 조직 쇄신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퇴직자들의 재취업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으며, 재취업자에 대한 이력을 10년간 공개하고, 유료 강의도 금지한다는 게 골자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를 대표해 국민들께 사과 드린다"면서 "쇄신 방안 외에 공정위의 체질 개선 등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를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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