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경쟁서 밀리자 '신의 한수'...MBK 2.4조원 매각시 투자금 두배 회수

신한금융그룹(왼쪽)이 손해보험업계 6위 업체인 ING생명을 2조4000억원에 인수한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을 인수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하기로 MBK파트너스와 합의했다. 인수가격은 약 2조4000억원대으로 주당 약 5만원이다. 신한금융은 ING생명 인수 안건을 이사회에 보고해 승인받을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통해 리딩뱅크 경쟁의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고 있다.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KB금융그룹을 제치고 다시 1등으로 올라설 수 있어서다. 신한금융그룹은 2011년부터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오다 지난해 KB금융그룹에 자리를 내줬다. 올 상반기에도 1조28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KB금융이 1조4517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1등 금융사 위한 조용병의 승부수

신한금융은 지난해 조용병 회장이 취임한 후 곧바로 KB금융지주에 순이익이 밀리며 금융맹주의 자리를 내줬다. KB금융지주는 2015년 이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잇달아 인수하며 지난해 3조3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새롭게 인수한 회사인 KB손보가 업계 4위, KB증권은 업계 5위로 올라서며 효자노릇을 했다. 

7년 만에 챔피언 자리에서 내려온 신한금융으로서는 속이 불편했다. 특히 2007년 LG카드(현 신한카드)를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액인 6조7000억원에 사들인 후 내실에만 집중했던 신한금융으로서는 성장동력이 절실해 보였다. 그 결과 조용병 회장이 ING생명을 인수하는 공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사실상 조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의 ING생명이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순이익만 3400억원에 달하는 생보업계 6위의 ING생명을 인수한 만큼 금융맹주로서의 위용을 다시 되찾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과 카드에 집중된 신한금융그룹의 사업구조를 ING인수를 통해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딜이 성사될 경우 신한금융의 금융맹주 재등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ING생명은 올 상반기에만 1796억원의 순이익이 기대되는데, 상반기 1조8171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가족을 포함시킬 경우 1조91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KB금융그룹을 800억원 대로 앞서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업계도 긴장, 자산기준 6위로 올라서 

신한금융그룹의 ING생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은행 및 금융권 뿐만이 아니다. 생명보험업계도 이번 딜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보험업계에 판도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3월말 기준 ING생명의 자산규모는 31조원으로 삼성, 한화, 교보, 농협, 미래에셋에 이어 6위에 올라있다. 여기에 신한금융그룹 계열 신한생명은 자산 30조원으로 8위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손보업계에서는 총자산 61조원 규모의 대형 생보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64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업계 4위 NH농협생명의 자리도 위태로워진다. 

게다가 ING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자랑한다.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RBC)이 무려 455.3%로 생보업계 최고 수준이다. 2021년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자본 확충에 고심하는 대형 업체들과 달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여기에 ING생명는 1인당 생산성(당기순이익을 임직원으로 나눈 것)만 보면 4억4710만원으로 업계 1위 AIA(4억9750만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340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1.3%가 늘었다. 

넉넉한 곳간에 생산성도 높다보니 당연히 금융사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ING생명 매각전에 신한금융을 비롯해 KB금융과 하나금융 등이 관심을 보인 이유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NG생명 인수를 통해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경쟁은 물론 사업포트폴리오까지 탄탄하게 갖출 수 있게 됐다"면서 "다른 금융그룹들 역시 신한금융그룹처럼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ING생명을 신한금융에 매각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이번 딜로 5년만에 투자 원금의 2배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MBK는 2013년 네덜란드 ING그룹으로부터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매입했는데, 지난해 상장을 통해 투자원금 대부분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2조원대 이상에 매각할 경우 ING생명을 통해 최소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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