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소버린 사태 후 제기...사촌 최신원-창원 형제, 네트웍스+케미칼 독자경영

재계는 오는 26일 고 최종현 2대회장의 20주기를 맞아 SK그룹 오너 일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사촌경영 체제인 SK그룹의 경영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SK그룹을 반석 위에 올려논 고 최종현 2대 회장의 20주기를 맞아 SK그룹에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호사가들 사이에서 틈틈이 제기됐던 '분가설'의 실체가 이번 20주기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 2008년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와 워커힐의 경영권을 달라"고 요구한지 10년째가 되는 만큼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던 SK그룹의 경영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이다. 

최종건 회장 창업, 최종현 회장 성장시켜

재계에서 SK그룹의 분가설은 그야말로 해묵은 논쟁거리다. 분가설이 나올 때마다 SK그룹이 강력하게 부인했고, 실제로도 오너 일가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실체가 없는 소문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분가설이 퍼지는 것은 SK그룹의 성장과정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독특하기 때문이다. 

1953년 선경직물로 출발한 SK그룹은 1인체제로 시작한 다른 기업들과 달리, 형제경영을 통해 완성됐다.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이 일제시대 때 근무했던 선경직물을 불하받아 창업한 게 오늘날의 SK그룹의 모태가 됐기 때문이다. 

사업 초장기만 해도 SK그룹의 리더는 최종건 창업주였다. 최 창업주는 수원의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선경직물을 국내 최고의 섬유회사로 키워냈다. 1962년에는 유학에서 돌아온 최종현 2대 회장이 경영에 합류했다.

이후 최종건 창업주는 1966년 선경화섬(SK케미칼)을 설립하며 SK그룹의 포부였던 '섬유에서 석유까지'를 한걸음씩 완성해갔다. 당시 선경화섬은 꿈의 섬유로 불리던 '나일론' 생산의 필수원재료였던 폴리에스테리를 생산했다. 하지만 최종건 창업주는 1973년 폐암으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의 동생인 최종현 2대 회장을 추대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밟인 그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경영구루(대가)였다. 그는 그룹의 전략목표를 위해 정유업에 진출했다. 그리고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을 인수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 1994년에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도 사들이며 현재의 SK그룹의 사업구조를 완성했다. 

최종현 회장 타계 후 최태원 회장 대표로

문제는 1998년 최종현 2대 회장의 별세 이후였다. 당시 SK그룹은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존재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2세들이 보유한 주식으로는 경영권을 지키기 어려워 결국 SK그룹 2세들은 장례식을 치르며 후계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SK그룹의 경영권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던 이는 최종건 창업주의 장남인 최윤원(2008년 작고) 전 SK케미칼 회장이었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우리 형제 중에서는 태원이가 가장 뛰어나다"며 최태원 회장을 추천했다. 

이렇게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의 주주대표가 됐고, 그룹 회장직에는 손길승 전 회장이 선임됐다. 이 과정에서 최종현 2대 회장의 지분은 모두 최태원 회장에게 승계됐고, 동생들은 모두 상속포기 각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최태원 회장은 2001년 그룹의 지배회사였던 SKC&C(SK와 합병)의 지분 49%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SK(주)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을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게 됐다. 최태원 회장 역시 최재원 부회장과 최신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 등 사촌들에게 계열사 대표를 맡기며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했다. 

소버린 사태 후 불거진 분가설

그렇다면 SK그룹의 분가설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SK그룹의 분가설이 최초로 제기된 시기는 2005년부터다. 최태원 회장을 필두로 한 SK그룹의 경영권이 안정되고, 글로벌 헤지펀드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 즈음,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회장이 갑작스레 지분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 분가설의 배경이 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4년부터 SK케미칼의 지분을 사들였고, 최신원 회장은 2005년부터 SKC 지분을 매입했다. 특히 최신원 회장은 1년 만에 2006년 SKC 지분을 46만5000주(1.34%)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SK네트웍스 지분을 전부 처분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언론을 통해 SK그룹 분가설이 등장했다. 하지만 SK그룹은 "대주주들이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각 회사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 계열분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SK그룹의 강력한 부인에 잠잠해졌던 분가설은 2007년과 2008년 들어 다시 재계의 화제로 떠오른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기존 SK(주)를 SK(주)와 SK에너지를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도 최태원 회장은 그룹 회장을 그대로 맡았고, 최재원 부회장은 SK E&S와 SK네트웍스를, 최신원 회장은 SKC를,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과 SK건설 등의 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지주사 체제에서 SK케미칼과 SK건설이 빠지면서 분가설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언론에서는 최종건 창업주의 자녀들이 SK케미칼과 SK건설을 갖고 독립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2008년에는 최신원 회장이 직접 '분가설'을 요구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와 워커힐을 계열분리 시켜달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최종건 창업주의 35주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났던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와 워커힐의 경영권을 맡는 대신 그룹의 다른 회사들의 경영권을 넘겨주는 조정안을 최태원 회장 측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사주 가족 간의 대화 내용은 모르지만, 그룹 차원의 검토 중인 내용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케미칼 독립경영, 네트웍스는 진행 중?

다시 잠잠하던 SK그룹의 분가설은 2011년 다시 불거졌다. 최신원 회장이 "이제는 계열분리를 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최신원 회장은 보유 중이던 SKC지분을 매각한 후 곧바로 SK네트웍스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SK네트웍스는 2003년 SK글로벌 사태로 인해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이 전량 무상소각됐는데, 이 과정에서 최신원 회장도 보유 주식을 모두 잃었다. 

꾸준하게 SK네트웍스 지분을 사들인 최신원 회장은 2016년 SK네트웍스 회장으로 올라선다. SK유통 시절을 포함하면 16년 만의 복귀였다. 최신원 회장은 곧바로 본사 건물 1층에 아버지인 최종건 창업회장의 흉상을 세웠다. 

그러나 SK네트웍스가 SK그룹에서 계열분리된 것은 아니다. 최태원 회장의 SK(주)가 전체 지분 중 39.14%를 보유한 1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건 창업주의 자녀들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회장 계열의 SK디스커버리가 전체 지분의 일부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경영권은 맡고 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분은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인 셈이다. 

반면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SK케미칼을 필두로 한 독립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본인이 대주주로 있는 SK디스커버리를 통해 SK케미칼의 지분 24.15%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종건 창업회장의 두 아들인 신원-창원씨의 경우 아버지가 설립한 회사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 최태원 회장의 지배구조가 탄탄하지만, 3세 체제로의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SK그룹의 3세대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최신원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주) 상무,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장남인 최영근 SKC 과장(현재 퇴사),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SK바이오팜 근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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