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28)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미얀마 쉐 가스전의 평가정 시추에서 가스층 확인에 성공한 후 산출시험을 실시하는 장면. 사진=저자 제공

모든 계약서 마무리와 후속 계약서

가스판매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고 협상이 종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 후에도 육상가스관 운송계약서, 해상가스관 운송계약서, 내수용 가스판매계약서, 합작회사 주주계약서 등과 미얀마 정부와 체결할 육상가스관 권리계약서, 해상가스관 권리계약서 등 많은 계약서에 대한 협상을 계속해야 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사업가로 알려진 중국과 인도의 회사, 그것도 내부 승인 절차가 복잡한 국영 기업들을 상대로 장장 3년에 걸쳐 그 많은 계약서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으니, 우리 협상팀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협상 과정의 어려움

황금가스전으로부터 육상가스관을 통해 가스를 도입하는 것이 미얀마 정부와 중국 정부 간의 합의에 근거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상업적 차원에서의 협상을 기피하려는 중국 측의 태도도 우리를 힘들게 했지만, 인도 파트너들을 설득하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인도 사람들은 디테일에 강하며 따지기를 좋아해 사소한 것도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간혹 우리가 놓치고 가는 문제들을 잘 지적해내는 장점도 있었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불필요한 것까지도 지나치게 따지고 들어 협상이 진전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운영권자인 우리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미얀마, 중국, 인도 4개국 회사의 대표단이 모두 모여 협상을 하기도 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델리로 가서 인도 측을 설득하거나, 북경에 가서 중국 측을 설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미얀마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미얀마의 수도 네피토(Nay Pyi Taw, 2006년 초에 옮긴 새로운 수도)로 가는 등 협상을 하는 3년 동안 델리, 북경, 서울, 양곤, 네피토를 오가며 수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 컨소시엄의 이익을 위해 우리 입장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운영권자로서 중국, 인도, 미얀마 간의 입장 차이를 중재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업의 총책임자였던 필자는 가스판매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요한 협상에 직접 참여해 협상을 이끌어갔다.

여러 이해 당사자가 개입한 협상에서 늘 우리의 입장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협상을 마무리 짓고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우리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양보하기로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실로 오랫동안의 협상을 거친 끝에 마침내 2011년 9월 체결된 미얀마 내수용 가스수송계약서를 마지막으로 가스판매와 관련된 모든 후속 계약서들에 대한 계약 체결을 종결했다.

미얀마 정부 측과의 회의(MCM). 오른쪽은 미얀마 정부와 파트너사 인사들이며, 왼쪽은 운영권자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대표단이다(위). 미얀마 수도 네피토에서 컨소시엄 회의(OCM)를 마친 후 인도의 ONGL GAIL 대표단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아래). 사진=저자 제공

협상팀의 치밀한 준비와 끈질긴 노력

미얀마 쉐 가스전의 발견과 성공은 우수한 탐사 기술력과 포기하지 않은 집념의 결과였지만,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게 된 요인 중의 하나는 치밀한 협상 전략과 여러 해에 걸친 끈질긴 협상과 설득, 그리고 계약서 한 줄 한 줄에 기울인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경제성분석, 법률, 회계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스판매 협상팀은 회의 때마다 예상 가능한 경우의 수에 대해 사전준비를 하고, 협상 조건이 제시될 때마다 경제성분석을 실시해 사업의 수익성을 사전에 검토했으며,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검토하는 등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고수익을 올리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초기에는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프로젝트들 중에는 협상과 계약을 소홀히 해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미얀마 가스전의 상업적인 성공은 기술진의 공로 못지않게 계약과 협상 담당자들의 노력과 정성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줄을 잇는 회의

산유국과의 광권 계약과 파트너 영입, 그리고 가스판매를 위해 수 없이 많은 회의를 거쳐 최종 계약들을 체결한 이후에도 매년 정기적으로 여러 차례 회의를 가지고 때로는 수시로 회의와 협상을 해야만 한다. 석유개발이 워낙 방대한 사업이고, 여러 국가 또는 여러 기업이 관련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할 회의와 협상은 필연적이라고 하겠다.

중국 측과의 회의

우선 중국과의 육상가스관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의 경우 법인 형태이기 때문에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을 의결하거나 승인하게 마련이다. 이사회나 주주총회는 미얀마의 신구(新舊) 수도인 네피토와 양곤에서 주로 열렸고, 서울, 북경, 쿤밍 등에서 열리기도 했다.

합작회사 관련 회의와는 별개로 가스 구매자인 CNPC 자회사 CNUOC(China National United Oil Corporation)와는 가스판매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자주 회의를 가진다. 매년 몇 차례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가스 공급 물량과 공급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수시로 비정기 회의를 가져 가스 성분과 압력 등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의견을 조율해 최상의 공동의 이익을 찾기 위해 서로 노력한다.

2006년 9월 바간에서 OCM후 컨소시엄 파트너사 대표들과 함께 인근의 포파산 방문(위). 2006년 10월 따웅지에서 MCM후 미얀마 정부 측 대표들과 인근 파오족의 까꾸파고다 방문. 붉은색 두건과 목도리는 파오족 전통복장이다(아래). 사진=저자 제공

TCM, OCM 그리고 MCM

법인이 아닌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운영자들이 참여한 A-1광구, A-3광구, AD-7광구의 석유개발사업은 TCM과 OCM이라는 운영권자와 파트너들 간의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TCM(Technical Committee Meeting)은 수행한 사업에 대해 보고하거나 작업계획과 예산 등을 세부 토의하는 회의로 해마다 1~2회 정도 열린다. OCM(Operating Committee Meeting)은 TCM에서 협의한 주요 안건을 승인하는 회의로 매년 1회씩 열린다.

TCM과 OCM은 따로 열기도 하지만, 주로 같은 시기에 소집해 첫날은 TCM, 다음날은 OCM을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OCM의 의장(Chairman)은 운영권자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가스전 사업 총책임자가 맡는다.

해외에서 석유개발사업을 할 경우 산유국 정부와의 협의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 미얀마 프로젝트에서도 MCM(Management Committee Meeting)이라고 하는 미얀마 정부와의 회의가 해마다 열린다. MCM은 OCM에서 승인된 작업계획과 예산 등을 미얀마 정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회의로 OCM을 개최한 지 한 두 달 뒤에 열린다.

MCM에는 미얀마 국영석유회사 MOGE의 사장과 간부, 미얀마 에너지부, 운영권자와 주요 파트너사들이 참가하며, MOGE의 사장이 MCM의 의장을 맡는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TCM과 OCM 그리고 MCM을 위해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은 물론, 회의에 참석하는 컨소시엄 회원사들과 미얀마 정부 관계자들을 위해 개최지 등을 세심하게 배려해 회의를 준비한다.

미얀마의 네피토와 양곤에서 회의를 개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서울, 델리,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가끔 미얀마의 명승지에서 회의를 하기도 했다. 이를 테면 2006년 9월 바간에서 TCM과 OCM을 개최했고, 한 달 뒤쯤인 2006년 10월 따웅지라는 곳에서 MCM를 개최한 다음 헤호라고 하는 도시로 이동해 인근의 인레 호수를 관광했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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