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들 실탄 확보 잰걸음...네이버·인터파크 외 SK텔레콤·LG유플러스 저울질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시청 서민청을 방문해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은산분리란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은행이 운실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예정됐던 규제개혁 회의를 돌연 취소한 후, 곧바로 서울시 시민청으로 이동해 참석한 인터넷은행들 대표들과의 대화에서 "인터넷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은 산업자본의 금융사 의결권 규제를 강화하겠다며 은산분리 원칙을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은산분리에 대해서는 강경한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이 규제 완화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에 대해 유관부처와 정치권이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완화의 핵심은 지분율 규제다. 현행 법상 KT 등 비(非)은행 회사가 인터넷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 4%를 넘게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에는 이를 34~50%까지 확대해주는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목말랐던 카카오·케이뱅크, 실탄 확보 가능해질까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부분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좌개설, 자금이체, 대출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 줄어들게 되고,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는 등 부수적인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월 문을 연 케이뱅크와 7월에 사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등장과 함께 금융권에 메기효과를 일으켰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100%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모바일 대출에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기존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비대면 서비스 개설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후발주자였던 인터넷은행들은 공격적인 금리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자 시중은행들도 역시 대출금리를 내리는 등 인터넷은행들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대출이 인터넷은행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터넷은행들의 금고 역시 급속도로 비워졌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이 증자에 나섰지만, 그때마다 현행 은행법으로 인해 일부 주주가 이탈했다. 당연히 인터넷은행들은 운용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KT-우리은행-NH투자증권 외 10여곳의 주주가 지분을 균일하게 나눠 보유 중인데, 두 차례의 증자 과정에서 주주 이탈 현상이 계속 발생했다. 지난달 진행됐던 2차 유상증자에서는 소수 주주들이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여신상품 판매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카카오뱅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주요 주주인 카카오가 현행 법상 10% 이상 지분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며 자금원의 역할을 맡았다. 자금조달 면에서는 케이뱅크보다 유리하지만, 신상품 출시에는 애를 먹고 있다. 아직까지 은행들의 대표적인 여신상품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인터넷은행들은 자금확보가 수월해지게 된다. 두 인터넷은행들의 대표 회사들이 투자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각사 취합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은산분리 문제가 해결되면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5000억원을 늘릴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 주주인 KT가 상당부분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역시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되면 카카오가 직접 출자할 수 있는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에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함께 든든한 곳간 두 곳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인터파크, 인터넷은행업에 진출할 수도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되면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등장할 수도 있다. 바로 제3의 인터넷은행이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네이버와 인터파크를 주목하고 있다. 양사가 인터넷은행 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와 인터파크는 2015년 SK텔레콤과 함께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한 바 있다. 실제 이상규 인터파크 대표는 "인터넷은행 재진출에 관심이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금융권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아이뱅크 컨소시엄에 참가했던 주요 업체들이 새롭게 합종연횡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주식 스왑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만든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이번에는 미래에셋과 손을 잡고 제3의 인터넷은행 신청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기존 금융그룹들과 손잡고 독자적인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쟁사인 KT가 케이뱅크를 앞세워 금융업에 진출한 만큼 인터넷은행 사업을 배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서다. 특히 SK텔레콤은 하나금융그룹과 모바일 금융플랫폼 '핀크'를 합작하고 있는 만큼 인터네사업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LG그룹이 직접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LGCNS가 인터넷은행 설명회에 참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한 마디에 금융권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지만, 아직 은산분리 완화라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많다. 정의당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을 뿐, 아직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실제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각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합의과정을 거쳐야 하며, 국회의 입법과정도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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