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도시바 수주 경영난에 발빼...사업자가 비용대는 CFD방식 성공여부 불투명

영국정부가 중서부지역에 건설 중인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소 조감도 사진=프랑스 엔지 홈페이지 캠쳐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영국이 북서부 지방에 추진중인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소 건립사업을 놓고 한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사업을 진행했던 일본 도시바가 경영난을 이유로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한전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 박탈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원자력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해외 원전사업이 물거품이 됐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외신들은 영국의 신규 원전사업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며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박탈을 다행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국이 추진 중인 6기의 신규 원전 사업은 사업자가 직접 비용을 대고 원전을 건설한 후 35년간 전력을 팔아 수익을 맞추는 방식인데, 글로벌 원전기업들은 이 때문에 수익성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과 프랑스 원전기업들이 이미 철수했거나, 수익보장 방식을 놓고 협상 중이다. 

프랑스기업 엔지의 사업철수, 결국 한전에 SOS

영국 정부가 추진중인 무어사이드 원전건설 계획은 2010년 10월부터 추진됐다. 당시 영국은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대신 노후 원전을 대체하는 신규원전 8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지만, 영국 정부는 사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정부는 사업방식을 기존 원전사업과 다른 방식으로 결정했다. 영국 정부가 원전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기업들이 직접 원전을 건설한 후 일정기간 전력판매를 통해 수익을 가져가는 '발전차액정산 제도(CFD)'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즉 원전기업들이 직접 22조원대의 원전을 짓고, 완공 이후 35년간 전력을 팔아 건설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의 첫번째 사업자는 일본 도시바였다. 도시바는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와 함께 뉴젠이란 회사를 설립해 무어사이드 원전에 1GW급 원전 3기를 건설하겠다고 2014년 밝혔다. 뉴젠의 지분구조는 도시바 60%, 엔지 40%였다. 하지만 엔지는 지난해 4월 뉴젠 지분 40%를 도시바에 1억3800만달러에 넘기고 사업에서 빠졌다. 

엔진의 철수로 사업을 온전히 떠맡게 된 도시바는 결국 한전에 도움을 청했다. 지난해 12월 도시바가 한전을 우선사업대상자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이에 대해 "무어사이드 원전을 한국이 구했다(Rescue)"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영국 클라크 산업전략부 장관이 방한해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영국은 한전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을 관심있게 봤다"며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사업자 부담 높은 CFD방식, 영국 원전 괜찮을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전은 영국 정부와 사업구조를 놓고 협의에 나섰다.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규모만 22조원대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인 만큼 영국 정부가 밝혔던 CFD방식의 사업구조로는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정부는 사업비 부담을 담보나 대출 형태로 일부 부담하고, 대신 전략판매 수익을 나누는 '규제자산기반(RAB)'로 제안했다. 

국내 원전업계에서는 영국 원전 사업 참여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사업 참여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영국 원전 사업이 규모가 크고, 장기간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사업 착수의 근거로 밝히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업성이 불투명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실제 영국은 힝클리포인트 사업(사업자 프랑스 국영전력사 이디에프)과 와일파·올드버리 원전 사업(사업자 일본 히타치)에서도 CFD 사업방식을 놓고 사업자들과 마찰 중이다. 특히 히타치의 경우 사업철수 가능성마저 내비치고 있어 제2의 뉴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규 원전 건설에 비판적인 영국 내 여론도 난관 가운데 하나다. 영국 하원은 지난해 11월 힝클리포인트 사업에 대해 "정부가 전력 이용자의 이익을 간과해 높은 비용(전력구매단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이디에프에 보장해준 전력가격이 너무 높아 국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탈원전 기조와 별개로 한전은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인 만큼 사업성 분석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영국 신규 원전 사업의 경우 사업성이 확실치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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