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하이디스 인수로 성장판 달아...LCD패권 장악, OLED에도 도전장

중국 푸저우의 BOE 생산공장. IHS마킷은 올해 1분기 기준 BOE가 세계 1위 LCD업체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올해 안에 파주 LCD공장의 OLED전환을 결정하겠다."

지난 25일 김상돈 LG디스플레이 부사장(CFO)은 2/4분기 실적 발표 후 이렇게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LCD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평가받는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침통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업계에서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기업들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LCD공룡'으로 불리는 중국 BOE의 등장이 결정적이란 분석이다. 

1993년 중국 베이징의 전자부품사인 '베이징전자관'을 시작으로 출발한 BOE는 단 25년만에 글로벌 LCD시장의 왕좌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21.5%를 차지하며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1위 LCD업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BOE는 엄청난 물량공세를 통해 2년 주기로 등락을 거듭하던 LCD가격싸이클마저 깨뜨렸다. 사실상 LCD업계의 패권을 장악한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BOE의 성공신화와 관련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원 ▲거대한 내수시장 ▲낮은 기술난이도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BOE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현재는 사라진 국내 기업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바로 SK하이닉스의 계열사였던 '하이디스'다. 

하이디스는 당초 하이닉스의 사업부였던 회사다. 하지만 2003년 하이닉스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사업부별로 쪼개지며 매각이 시작됐다. 당시 하이닉스의 핸드폰 사업부는 팬택이 인수했으며, 비메모리는 매그나칩으로, 전장사업부는 만도로 매각됐다. 

그러나 LCD사업부였던 하이디스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때 중국 BOE가 등장했고, 결국 하이디스는 헐값에 BOE에 매각됐다. 

이후 BOE는 하이디스가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LCD 생산에 나섰고, 기술공유를 내세우며 전산망도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디스가 보유한 알짜배기 기술 4331건을 모두 확보한 BOE는 단 4년 만에 회사를 부도 처리하고, 대만 영풍위그룹에 매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의 LCD 세계점유율 현황. 출처=IHS마킷

하이디스를 통해 LCD기술을 통째로 습득한 BOE는 이후에도 한국기술자들에 대한 스카웃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대신 OLED로 사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LCD 기술자들과 연구진들이 대거 유출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BOE의 스카웃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나라 기술과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오늘날의 BOE를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BOE에 LCD를 넘어 이제는 OLED시장까지 넘보고 있다는 점이다. OLED 시장의 주도권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의 약 95%를 점유하고 있다. 아이폰에 사용되는 OLED 기판의 대부분을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들고 있어서다.

하지만 BOE가 애플의 아이폰용 OLED 공급업체로 선정될 경우 상황은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 입장에서는 공급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고, 업체간 단가경쟁도 유도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OLED시장의 주도권마저 BOE에게 넘길 가능성이 높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LCD시장의 글로벌 패권은 중국이 차지했고, 이제는 OLED시장마저 중국이 넘보는 형국"이라며 "R&D에 집중해 기술력 격차를 벌리거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사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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