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 예대마진 의존도 높아, '우리·하나' 충당금 이슈로 이익 증가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그룹이 올 상반기에만 6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금융 빅4(KB·신한·우리·하나)로 불리는 4대 금융그룹이 상반기에만 6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주력회사들인 은행들의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나는 등 금융사들이 실적이 주목받고 있다. 

반면 금융사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사실상 예대마진과 충당금 이슈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리상승기를 맞아 예대마진을 통한 이익쌓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상반기에만 6조 이익낸 4대 금융사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금융그룹은 상반기에만 총 6조32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4416억원 늘어난 수치다. 

가장 높은 순익을 기록한 곳은 업계 1위 KB금융이다. KB금융은 상반기에만 1조91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뱅크로서의 수성을 단단히 다졌다. 

2위는 신한금융그룹이다. 신한금융은 같은기간 1조79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대비 -4.9% 줄어들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에 포함됐던 신한카드 대손충당금 환입금을 감안하면 오히려 11.3%로 당기순이익이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3위와 4위는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으로 각각 1조3059억원, 1조3038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전년대비 당기순익이 무려 26.5%가 증가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18.9%가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4대금융그룹들이 이처럼 높은 실적을 거둔 배경으로 가계대출 금리 상승을 지목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이익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이것이 당기순이익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금융사들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3.75%로 전년동기 3.47%보다 0.28%p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은행창구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최고구간이 4% 후반까지 증가한 상태다. 

금융사들이 어떤 사업을 통해 이익을 늘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익성 지표도 눈에 띈다. 이자수익능력을 볼 수 있는 순이자마진(NIM) 부문에서는 신한금융이 2.11%로 가장 높았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면에서는 우리은행이 12.94%로 선두를 기록했다. KB금융은 상반기 수수료이익만 전년대비 18.8%가 증가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반기의 경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은행 및 금융사들이 상승하는 이자율로 인한 예대마진 이익을 높게 거뒀다"며 "비이자부문의 수익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예대마진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예대마진 비중 높고, 일회성 충당금 효과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4대금융사들은 축포를 터뜨리고 있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4대금융그룹의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예대마진에 집중되면서 지속성장 측면에서는 우려하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먼저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이자수익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KB금융의 경우 이자수익 대 비이자수익의 비중이 78:22, 신한금융은 82:18에 달할 정도다. 

4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당기순이익과 4대 은행들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단위:억원

실제 KB금융의 상반기 이자수익은 4조3402억원으로 전년대비 10.8%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4조18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5% 증가했다. 두 회사의 순이익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자수익이 지나치게 증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주회사가 없음에도 하나금융을 근소한 차이로 제친 우리은행은 충당금 환입 효과를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다. 금호타이어와 STX엔진 등이 정상화되거나 매각되면서 과거에 쌓았던 충당금 3000억원이 환입된 것이 어닝 서프라이즈의 직접적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하나금융은 주력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의 NPL(부실채권) 커버리지 비율이 낮게 설정돼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NPL커버리지는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규모를 의미하는데, KEB하나은행은 77.2%로 경쟁사 대비 크게 낮은 편이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은 NPL커버리지 비율을 141%로 설정하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119.8%, 우리은행도 122.3%로 설정해 놓고 있다. 

충당금 설정비율이 낮으니 그만큼 충당금을 덜 쌓게 되고,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은 "담보여신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충당금을 쌓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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