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인하 거부에 하도급업체 기술 빼낸 뒤 거래 단절...30여개 납품사에 핵심기술 요구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회사 임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단가인하 요구→하도급업체 핵심기술 요구→경쟁사에 기술 유출→거래 단절?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을 저질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거부한 중소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다른 경쟁사로 빼돌리고, 이후에는 거래마저 끊어버리는 방식의 갑질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확인됐기 때문이다. 

23일 공정위(김상조 위원장)는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회사 임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인프라는 굴삭기 등 건설기계 제조업체로 지난해 2조65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는 2015년 말 에어콤프레셔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 18% 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이노코퍼레이션이 거부하자 이듬해인 2016년 초 기술자료를 요청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확보한 이노코퍼레이션의 핵심기술을 취득한 두산인프라는 2016년 7월 새로운 납품업체에 기술자료를 전달해 부품개발에 나섰고, 기존 거래업체였던 이노코퍼레이션과는 거래를 단절했다. 사실상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탈취해 경쟁사인 넘긴 뒤, 기존 거래마저 단절시킨 셈이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두산인프라가 이노코퍼레이션으로부터 받은 기술자료은 도면 31장으로 에어컴프레셔의 모델별 제작도면"이라면서 "이 자료를 통해 핵심부품인 에어탱크 제작에 필요한 용접, 도장, 부품간 결합위치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는 이에 대해 공정위 측에 "에어탱크의 균열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기술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정위의 조사결과 이노코퍼레이션이 납품했던 3000여대 에어탱크 가운데 하자제품은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에어탱크 균열이 아닌 지지대 용접 불충분인 것으로 조사됏다. 

또한 두산인프라는 굴삭기 부품인 냉각수 저장장치를 납품하는 하도급업체 코스모이앤지가 2017년 7월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자, 이 저장장치의 제작도면 38장을 5개 사업자들에게 전달해 새로운 납품처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공정위 측은 "두산인프라와 하도급 5개사의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도면 전달행위는 기술자료 탈취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산인프라는 상시적으로 하도급업체들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핵심 기술자료를 요구해왔던 것으로 공정위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두산인프라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30여개 하도급업체에게 총 382건의 기술자료를 요구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원청업체는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 기술자료 명칭, 요구목적, 요구일과 제공일, 비밀유지 방법 등이 적힌 서면을 보내도록 돼 있는데, 두산인프라는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측은 "조사결과 드러난 두산인프라의 이번 불법 행위는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갑질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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