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장관 “5G 보안 문제 정부가 살펴보겠다…대한민국이 하는 것이 중요”
이통3사, 내년 3월 5G 상용화 공동 개시 합의…화웨이 장비 도입 언급 없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매리어트 호텔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와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이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세계 최대 이동통신 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국내 5G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5G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문제를 직접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화웨이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7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어느 장비가 됐든 5G 보안 문제에 대해 정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지속적으로 보안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화웨이를 사실상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지만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호주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사실상 도입을 가로막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정부가 직접 보안 점검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과 호주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화웨이는 내년 3월을 목표로 상용화 준비에 나서고 있는 한국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높은 성능을 앞세워 국내 시장 진출을 노려왔다. 화웨이의 5G 장비의 경우 약 30% 가량 저렴하면서도 기술력은 1분기 정도 앞서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미 LTE 전국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가 큰 변수가 없는 한 5G에서도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화웨이의 국내 진출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더구나 내년 3월 상용화를 위해서는 늦어도 오는 9월까지는 장비를 선정해야 해 타 이통사에서도 화웨이 장비 도입에 긍정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LTE 전국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해왔다.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화웨이의 LTE 중계기. 사진=조성호 기자

하지만 정부가 직접 5G 보안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이통사들의 화웨이 장비 도입 검토는 원점으로 되돌아 간 상황이다. 또한 유 장관이 “내년 5G 상용화 서비스 개시를 같은 날 동시에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최초’ 경쟁도 사라졌다. 화웨이 장비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사라진 셈이다.

유 장관은 이날 “통신 3사가 1등 경쟁을 하면 자칫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라면서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통3사의 5G 공동 상용화를 기정사실화했다. 특히 외산 장비로 하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의미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겨 화웨이 장비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이통3사 대표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박정호 사장은 “삼성전자도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라며 “동등한 위치에서 여러 사업자의 장비를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회장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라는 짧게 대답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 전날 권영수 부회장과 자리를 맞바꾼 하현회 부회장은 말을 아낀 채 간담회장을 빠져나갔다. 전임 권 부회장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한편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5G 투자 부담 완화와 중소기업과의 상생, 통신비 절감 방안 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모았던 5G 화웨이 장비 도입과 관련해 이통3사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의 5G 장비 점검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민간 통신사에서 도입하는 장비의 보안성 검증은 장비를 도입하는 통신사가 자기 책임하에 직접 수행하는 것”이라면서 “금번 간담회에서는 5G 장비의 보안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통3사에 보안점검을 철저히 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며, 정부가 5G 보안문제에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은 5G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정책 수립, 기술 및 인력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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