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통한 지배구조 재편 수면위...글로비스 주가 7월에만 12% 올라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자문단을 교체하고 새로운 개편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현대차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정몽구 회장)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분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던 '1기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된 후 새롭게 자문단을 구성하고 2기 개편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2기 개편안의 경우 현대모비스가 아닌 글로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안의 중심축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을 분할해 글로비스와 합병시킨 뒤 지배회사 체제로의 지배구조 변경에 나섰던 현대차그룹의 1기 개편안은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NH투자증권, 법무법인 김앤장, 삼일회계법인, 그리고 세계 최대 로펌인 레이섬앤드왓킨스가 자문단으로 구성됐었다. 이들은 연초 현대모비스의 모듈·A/S 사업부문을 분사시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당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묘수'라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식 스왑(교환)을 통해 오너 지분이 높은 글로비스의 주가를 높이면서 현대모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의 주주 입장에서는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미래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3년간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내놨지만, 결국 무산됐다. 

재계관계자들은 이런 점 때문에 새롭게 도출된 2기 개편안에서는 오너 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정의선 부회장이 전체 지분의 23.2%를 보유한 글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즉 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분할이나 합병이 필요없고, 오너가 글로비스 지분을 팔지 않아도 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순환출자 고리다. 2기 예상 개편안의 경우 지배구조의 정점에 글로비스가 서게 되는데, 글로비스는 현재 현대모비스의 지분 0.7%만을 갖고 있어 막대한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재계에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가진 기아차(16.9%), 현대제철(5.7%)의 몫을 글로비스가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현대차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4.9%를 매각대상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비스가 자체 보유한 현금과 차입금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비스는 2013~2016년까지 선박투자를 위해 매년 6000~8000억원를 지출했는데, 지난해 투자가 마무리된 상태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105.2%로 우수하고 현금성자산은 6000억원이 넘는다. 사실상 유보현금과 차입금으로 기아차·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오너가 탄탄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글로비스가 직접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면 지배구조 문제는 단숨에 해결된다"면서 "글로비스의 경우 탄탄한 매출액에 풍부한 유동성까지 갖추고 있어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이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벌써부터 글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비스의 주가는 지난 19일 12만9000원을 돌파하며 월초 대비 12% 정도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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