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신이라던 ‘신일건업’과 무관…최근 홈페이지 바꾸고 관련 내용 삭제

변경된 신일그룹 홈페이지. 회사 설립일을 2018년 6월 1일로 변경했으며 그동안 밝혀온 '신일건업' 전신이라는 내용은 모두 삭제돼 있다. 사진=신일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150조원 규모의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밝힌 신일그룹이 자본금 1억원에 설립된 지 50일밖에 안 된 신생법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18년전 동아건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일그룹은 지난 17일 울릉도 저동 해상 1.3km, 수심 434m 지점에서 150조 규모의 금괴 금화가 실려있는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함미에 ‘DONSKOII’라는 함명이 선명히 새겨진 사진을 공개하며 “돈스코이호의 존재와 침몰위치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탐사를 마무리하는대로 소유권 등기와 본체인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양을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발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발굴 승인 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발굴을 위해서는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라 매장물 추정가액의 10% 가량을 발굴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신일그룹은 15조원을 발굴보증금으로 내야 하지만 자본금 1억원에 불과한 회사 규모로는 현실적으로 납부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일그룹이 지난 17일 공개한 돈스코이호. 함미의 ‘DONSKOII’라는 함명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사진=신일그룹

신일그룹의 연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신일그룹은 그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1957년 설립된 ‘신일토건사’를 전신으로 한다고 밝혔다. 신일토건사는 1980년 ‘신일건업’으로 회사 상호를 바꿨으며, 이후 2016년 싱가포르 ‘신일그룹’으로 인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8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신일그룹과 신일건업은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에 따르면 신일건업 창업주 홍승국 회장은 2014년 별세했으며 오너 2세인 홍상철 대표는 2015년 파산 이후 물러났다. 이후 신일겁업은 지난해 2월 폐업처리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신일그룹은 오늘(19일) 홈페이지를 리뉴얼하고 설립일을 올해 6월 1일로 명시했다. 주소 역시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에서 여의도 신송센터빌딩으로 변경했다. 특히 그동안 밝혀온 회사 연혁은 아예 삭제됐다. 다만 돈스코이호 인양사업, 부동산 개발, 철강, 바이오 등 주요 사업에 대한 내용은 그대로여서 신일그룹에 대한 의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신일그룹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2000년 동아건설 사태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당시 동아건설 역시 돈스코이호 실체를 확인하고 인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큰 화제를 모았다. 부도 기업으로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던 동아건설은 이 일로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10배 가까이 급등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동아건설은 인양을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이듬해 결국 상장 폐지되며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봤다.

신일그룹은 지난 7일 제일제강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돈스코이호 발견 이후 제일제강 주가는 크게 뛰어올랐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보물선 테마주에 대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투자자 유의사항을 배포하는 등 강경하게 나서고 있다.

금가원은 “과거에도 보물선 인양과 관련한 회사가 파산해 투자자 피해가 크게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도 투자에 시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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