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보사 중 유일하게 '지급재원 공제' 명시...최대 1조원대 즉시연금 일괄구제 피해가 

NH농협생명이 국내 생명보험사들 중 유일하게 즉시연금 보험상품의 약관에 '지급재원 공제'를 명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험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즉시연금 논란을 피해가게 됐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연금 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

약관에 기재된 이러한 한 줄이 1600억원 규모의 지출을 막았다. NH농협생명(이하 농협생명)의 얘기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총 1조원 규모의 즉시연금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명보험사 중 유일하게 약관에 '지급재원 공제'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상품(상속형)을 약 4만4000여건(초회보험료 기준 3조8000억원) 판매한 농협생명은 다른 생보사들과 달리 금융당국의 일괄구제 방침에서 자유로운 상태다. 

국내 보험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즉시연금(만기환급형)'은 보험금을 일시에 납입하고, 이를 운용하는 보험사가 매달 이익금을 연금으로 지급하다가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2013년 비과세혜택 축소 소식이 알려지자, 2012년 은퇴자들과 고소득자들 사이에서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필수보험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이 보험상품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제됐던 보험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를 내렸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즉시연금(만기환급형)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약관에 "연금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빠뜨렸기 때문에 만기시 공제됐던 보험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금감원의 일괄구제 방침에 보험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일괄구제 방침에 따라 보험사들이 추가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만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농협생명은 생보사 중 유일하게 환급대상에서 제외됐다. 농협중앙회 소속이던 2007년 최초로 즉시연금 상품을 출시할 당시 약관심사 과정에서 "가입 후 5년간은 연금 월액을 적게 해 5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보험료의 일부를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으로 공제한 후 매월 연금으로 받는다는 점을 약관을 통해 밝혀논 것이다. 

이 약관은 농협생명이 중앙회로부터 분리출범한 후에도 사용됐다. 이에 따라 즉시연금 논란 이후 금감원에 접수됐던 7건의 농협생명 과소지급 민원은 모두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관에 근거해 지급했기 때문에 과소지급이 아니라고 결정한 것이다. 만약 농협생명이 이 약관을 기재하지 않았다면 2012년 이후 판매한 상품을 기준으로 약 1600억원 정도를 환급해야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약관심사를 받은 것과 달리, 농협생명(당시 농협중앙회)은 2007년 첫 상품을 출시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약관심사를 받았는데, 이 약관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즉시연금 논란을 피해가게 됐다"면서 "금융당국이 사전에 약관을 승인하는 대신, 사후에 엄중히 책임을 묻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도 약관 심의에 참여할 전문인력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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