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오너 소유 그룹 계열사 지분 사들여 남매지분 정리...남은건 증여

이마트(주)가 지난 11일 오너 일가 소유의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 구도의 신세계그룹의 2세승계 플랜이 완성됐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사전작업은 모두 끝났다. 이제 이명희 회장의 선택 만이 남았다."

신세계그룹이 2세 경영을 위한 사전 준비를 모두 완료했다. 각 계열사별로 흩어져있던 오너 일가의 지분이 신세계(주)와 이마트(주)로 집중되면서 경영승계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선택은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주)와 이마트(주)의 지분인데, 이 회장이 증여를 결정하면 사실상 신세계그룹은 그날로 2세경영 시대의 첫발을 떼게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1일 오너 일가가 보유했던 신세계I&C,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등 3개 계열사의 지분을 시간외매매로 매입했다. 거래대상은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건설 37만9478주(9.5%)와 신세계푸드 2만9938주(0.8%), 정재은 명예회장의 신세계I&C 4만주(2.3%),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I&C 7만4170주(4.3%)와 신세계건설 3만1896주(0.8%) 등으로 10일 종가 기준 총 거래금액은 343억원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사실상 신세계(주)와 이마트(주)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는 구조로 변모했다. 재계에서 회자됐던 '신세계=정유경, 이마트=정용진' 방식의 2세 승계구도가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마지막 퍼즐은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주)·이마트(주) 지분이다. 이 회장은 현재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18.2%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이마트로 계열분리 준비 완료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백화점 및 호텔 등은 정유경 사장이 맡고, 이마트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를 정용진 부회장이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1일 이마트가 오너 소유의 신세계그룹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이같은 후계구도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거래와 관련 "이마트가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분을 사들인 결과 오너 일가가 소유한 이마트의 기업가치는 더욱 높아졌으며, 이마트는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며 "정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남매경영 체제가 기존보다 더 확고해졌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의 후계구도가 현실화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당시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주)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각자의 영역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 9.83%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됐으며, 정 사장 역시 신세계(주)의 지분 9.83%를 보유한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마트에 프리미엄마켓과 스타슈퍼 등을 1297억원에 매각했으며, 신세계프라퍼트(스타필드 사업회사) 지분 10%도 매각했다. 

반면 정 사장은 아버지인 정재은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인터내셔널 지분 150만주를 지난 4월 증여받았다. 그 결과 정 사장의 신세계인터내셔널 지분은 0.43%에서 21.44%로 늘며 신세계(주)에 이어 2대주주가 올라섰다. 

이렇게 되자 신세계그룹은 사실상 신세계(주)와 이마트(주)가 각각의 지주사역할을 하는 회사로 변신하게 됐다. 신세계그룹이란 큰 우산 아래에 있지만, 지배구조만 보면 신세계(주)와 이마트(주)가 독립적으로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독특한 형태로 바뀐 것이다. 

실제 이마트는 신세계I&C,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조선호텔, 스타벅스코리아,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제주소주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반면 신세계(주)는 신세계인터내셔널, 신세계의정부역사, 신세계사이먼, 광주신세계,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센트럴시티, 인천신세계, 까사미아 등을 갖고 있다. 

마지막 퍼즐, 이명희 회장의 지분은?

사실상 2세경영 체제를 완료한 신세계그룹이지만, 마지막 퍼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신세계(주)와 이마트(주)의 최대주주인 이명희 회장의 지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일단 이 회장이 정 부회장에게는 이마트(주) 지분을, 정 사장에게는 신세계(주) 지분을 증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이미 계열사 간 지분정리가 완료된 상태"라며 "이명희 회장이 지분만 증여하면 당장 그룹분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회장의 지분이 아직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회장의 지분 가치는 신세계(주) 7450억원대, 이마트, 1조23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지분을 증여할 경우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은 최소 8000억원 이상을 증여세로 납부해야 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증여받은 지분 중 일부는 물납해 증여세를 충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보유 지분이 줄어들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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