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능력ㆍ휘발유 품질 향상…공급량 늘고 싱가포르ㆍ필리핀 점유율 끌어올려

국내 한 정유 화학 공단 전경.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산 석유제품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정제능력이 향상되고 휘발유 제품 품질이 한국산 수준에 도달하면서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에서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특히 중국산 휘발유 제품이 지난해부터 품질 수준이 같아지면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산 석유 제품의 시장 잠식은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석유제품이 정유 4사 수출시장인 동남아시아 시장을 빠르게 빼앗고 있다. 5년 전 만해도 수출 상대국이었던 중국이 수출 경쟁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유 4사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과거에는 한국산 석유 제품 품질이 중국산보다 우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부터는 같은 수준의 석유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5월 중국산업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 나라별 석유제품 수입 비중은 중국이 10.3%, 한국은 5.3%로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5년 전 만해도 한국은 중국보다 3배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필리핀도 지난해 중국산 석유제품을 5.8% 더 많은 비중으로 수입했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시장 점유율을 역전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도 다르지 않다.

중국의 동남아시아 선전은 대폭 향상된 정제능력과 한국산에 뒤지지 않은 석유제품 품질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정부 주도로 정제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이어왔고, 국제 수준의 석유 제품 기준을 적용해왔다. 물론 수출 물량 쿼터도 늘렸다.

중국 정제능력은 오는 2020년 1684만 배럴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같은 해 예상 석유수요1300만 배럴보다 많다. 중국은 과잉 공급된 석유제품을 해외로 수출할 방침이어서 국내 정유 사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 정부 주도로 확대되는 정제능력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보면 국내 정유사들 주요 수출 국가에도 공급되어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동남아시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2015년 중국 정제능력은 1410만9000배럴로 세계 정제능력의 14.7%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석유 제품의 질도 이제 한국산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휘발유 황 함유량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휘발유 황 함유량 기준을 2009년 150ppm 이하에서 2013년 50ppm 이하로, 경유는 2010년 350ppm 이하에서 2014년 50ppm 이하로 점차 강화해왔다. 이는 중국 석유사들의 시설 투자로 이어졌고 급기야 한국산 수준에 도달, 석유제품 수출량을 증가시켰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산 석유제품의 수출량은 지난해부터 국제 석유제품 중개시장인 싱가포르를 비롯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산 석유제품을 앞질렀다. 국내 정유사 입장에선 위기인 셈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수출국 다변화에 방점을 찍은 경쟁력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원유 도입처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고, 에쓰오일은 고도화 비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에 나섰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사업의 비중을 높이며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관련업계는 중국 정제능력이 좋아지고, 공급량이 많아져 수출이 늘어나 점유율 빼앗겼다는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중국 정제능력이 좋아지고, 공급량이 많아져 수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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