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핵심 역할” vs 한수원 “수출 주도"...입찰제안 주체 놓고 양사 사장 기자간담회

한국전력공사 김종갑 사장(왼쪽)과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지 1년이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수출을 두고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전 김종갑 사장과 한수원 정재훈 사장이 각자 원전 수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갈등 구조가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양사는 원전 수출이 각국별로 교통정리가 돼 있는 만큼 주도권 다툼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동상이몽을 꿈꾸는 모양새다.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이 원전 수주를 두고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사 사장이 최근 원전 수출의 중심이 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 기 싸움의 행태로 비춰지고 있는 것. 특히 올해 안에 입찰 예정인 8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이 주목받고 있다.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관련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올해 안에 입찰제안서를 체코 측에 낼 것이 확실시 되지만, 양측 간 원전수출 주도권 싸움으로 예측이 불가하다. 체코 측은 올해 연말까지 입찰제안서를 받고, 내년에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한다.

한수원은 2016년 6월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따라 원전 수출을 주도할 수 있게 됐고, 같은 해 8월 양사 합의에 따라 체코 원전 수출을 주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해외 입찰 참여 기업으로는 중국광핵집단(CGN), 프랑스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6곳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체코 원전 입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탈원전을 선언한 뒤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가 중단되면서 일감 확보가 당면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원전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 보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한국이 UAE에 지은 바카라 원전 1호기.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전과 한수원 역시 체코 원전 수주에 욕심을 내고 있다. 

선공은 한수원 정재훈 사장이 날렸다. 정 사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는 한수원이 주도하도록 하겠다”며 “우리가 하도급 같은 그런 분위기는 싫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원전 수출에 있어 한전이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부분이 맘에 들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수원은 그동안 대외 창구를 한전으로 통일했지만, 원전수출 길이 2년 전 열리면서 독자 행보를 걷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김종갑 한전 사장은 일침을 날렸다. 김 사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수원이 원전 수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면서도 “한전이 앞으로도 계속 성공하려면 여러 협력업체와 계열사들이 국내에서 최고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는 앞으로도 원전수출에 있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한전과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출 주도권 싸움이 아니라 각자 맡은 부분에서 중심이 되겠다는 입장을 언급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우디와 영국은 한전이, 체코 등은 한수원이 맡아 원전 수출을 진행하는 등 교통정리가 됐다는 것.

하지만 한전 김종갑 사장과 한수원 정재훈 사장은 체코뿐 아니라 원전 수출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향후 기 싸움 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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