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구광모 출범 맞춰 계열분리 나설듯...LG디스플레이, 이노텍, LG CNS 주목

LG그룹이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구광모 상무 체제의 출범을 예고된 가운데. 구본준 부회장의 행보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구본준 LG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LG그룹 특유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구 부회장이 LG그룹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그룹경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이는 구 부회장이 어떤 사업을 갖고 독립할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그룹은 과거 구본무 회장 재임시절, LIG그룹과 LS그룹, 희성그룹 등을 분리시킨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일단 오는 29일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LG(주)가 임사 주주총회를 통해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주총 이후 이어질 이사회에서는 구 상무의 직급과 징위, 업무 등도 동시에 결정된다.

반면 구 상무가 그룹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구 부회장은 그룹경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 부회장은 매년 6월과 10월에 열리는 LG그룹 내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하현희 부회장에게 넘기며 경영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의 독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장자승계전통에 따라 총수일가들이 다음번 회장을 선임되면 곧바로 이전세대로 경영에 참여했던 일가들이 그룹경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LG그룹 총수일가는 그룹 내 비주력계열사들을 이전세대 경영진들에게 넘기기도 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도 구광모 체제 출범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한편 그룹 내 계열사를 인수해 독립경영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여러 계열사들이 구 부회장의 독립계열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LG상사다. 

사실 구 부회장이 LG그룹 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경영에 참여했던 계열사는 바로 LG전자다. 구 부회장은 1987년부터 1995년까지 8년간 금성사(현 LG전자)에 재직한 후 다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다시 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구 부회장이 LG전자를 갖고 독립하기는 어렵다. LG전자가 그룹의 간판계열사기도 하지만, LG전자를 인수할 정도의 자금이 구 부회장에게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구 부회장은 LG(주) 지분 7.72%를 보유 중인데, 종가 기준 약 1조2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LG전자는 시가총액만 14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에 개인이 인수하기는 어렵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LG전자가 보유한 사업부문을 독립해 나가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LG전자는 지난 4월 오스트리아의 헤드램프 제조사인 ZKW 지분 100%를 1조444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 딜을 주도했던 이가 바로 구 부회자인 만큼 ZKW를 분사시켜 나가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가격도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주)와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ZKW와 전장사업부문은 다양한 연관사업이 있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라며 "ZWK와 전장사업에 LG그룹 내의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굳이 구 부회장이 이들 회사를 계열분리시킨다면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ZWK와 전장사업부문은 구광모 상무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그룹의 미래먹거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구 부회장이 굳이 ZWK와 전장사업부문을 때내 독립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게 그룹 내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성사 이후 자리를 옮겼던 LG디스플레이 역시 구 부회장의 독립계열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구 부회장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7년간 부사장과 사장, 부회장을 거치며 디스플레이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덩치가 너무 크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LG디스플레이 역시 시가총액만 7조원대가 넘는 거대기업이다. 구 부회장의 자금으로는 독립경영에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곳은 LG상사다. 구 부회장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LG상사의 경영을 맡은 바 있다. 재계에서는 LG상사가 구 부회장의 몫이 될 것으로 높게 보고 있다. LG상사의 시가총액이 1조원대 초반으로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주) 지분평가액과 비슷한 규모이고, 그룹 내 물류를 전담하는 판토스도 자회사로 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구 부회장이 제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분리독립 가능성은 반반이란 평가다. 

이밖에도 반도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와 LGCNS, 서브원 등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총수일가임에도 전문경영인 같은 역할을 맡아왔다"며 "도전적인 그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계열사보다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구 부회장의 독립과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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