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 승진 여부 최대 관심사


 

재계가 연말연시 정기인사 시즌에 들어가면서 주요그룹의 임원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전무승진 여부 등 재벌그룹 2세들의 승진 인사와 더불어 친인척들의 승진 및 영입을 통한 재벌그룹의 가족경영 확대 등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시작으로 신세계그룹, CJ그룹, 한솔그룹, 이수그룹, KT 등 주요그룹의 정기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 초 주요그룹의 정기인사에서 이미 대대적인 승진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체제 안정을 위한 전략적인 인사에 초점을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삼성, LG 등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그룹에서는 승진인사보다는 전문가 영입, 체제 안정 등 조직력 강화를 위한 인사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삼성, 현대차, LG 등 ‘빅3’는 소극적인 반면 나머지 중위권 그룹들은 공격적인 경영을 위해 적극적인 인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일부그룹에서는 2세들의 후계구도를 감안한 승진 인사도 검토되고 있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후계구도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재벌일가의 친인척 영입 등을 통한 가족경영 확대도 이슈가 되고 있다.

주요그룹 임원인사 현황

가장 먼저 정기인사를 실시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예년보다 한달 정도 앞당기고 임원급 승진 발령도 40% 가량 늘렸다.
지난 1일자로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신훈 금호건설 건설사업부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강주안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이 사장, 김완재 금호석유화학 부사장이 생산부문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신세계그룹도 지난달 30일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사위인 문성욱(33)를 신세계I&C 상무로 발령하는 등 27명의 승진을 포함한 48명의 임원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용주 신세계 인터내셔날 사장을 신세계첼시 대표로 위촉하고, 신세계 인터내셔날 대표에는 김해성 상무를 승진 발령했다.
또 김성환 조선호텔 업무지원실장을 조선호텔베이커리 대표로, 정일채 백화점 부문 강남점장과 정오묵 이마트 부문 판매본부장을 각각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어 CJ그룹은 지난 5일 총 39명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주형 CJ(주) 사장을 글로벌전략위원회 위원으로 물러나고 김진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진수 신임 사장은 지난 77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마케팅부장과 상품기획실장 등을 거쳤고 잠시 한국존슨 사장을 맡다가 99년 CJ로 돌아와 식품본부장, CJ홈쇼핑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CJ는 또 CJ(주) 부사장에 유행준 바이오 사업부문장과 윤석춘 CJ(주) 신선사업부문장 겸 모닝웰 대표이사를, CJ홈쇼핑 부사장에 김주형 영업본 부장을 각각 승진 발령했다.
한솔그룹은 지난 6일 내년 1월 1일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 이명철 한솔개발 영업본부장과 김용화 한솔LCD 경영지원실장을 각각 부사장과 상무로 승진 발령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동원 한솔제지 천안공장장과 김호진 한솔CSN 경영지원본부장 등은 총 4명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이수그룹은 지난 7일 이수화학 영업본부장인 강인구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하는 등 사당단 인사를 단행했다. 또 채윤 이수건설 부사장을 이수 세라믹부문 대표이사로, 신원철 이수페타시스 상무보를 엑사보드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이수그룹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 이어 조만간 임원인사를 비롯한 후속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KT도 7일 김우식 KT 부사장을 KT파워텔 사장, 이종수 KT 전무를 KT서브마린 사장, 김요동 KT 전무를 KT네트웍스 사장으로 각각 내정하는 등 자회사 사장단에 대한 대폭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또한 KT는 출자회사인 한국인포서비스와 한국인포데이타 사장에도 KT 내부 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승진 놓고 의견 엇갈려

주요그룹 및 대기업들의 정기 인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재벌그룹 후계자들의 승진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전무승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LG, 현대차그룹, 현대그룹, 한진그룹, 효성그룹 등 재벌 2세들의 승진과 자리이동도 점쳐지고 있다.
우선 이재용 상무의 전무승진은 삼성이 내부적으로 승진대상에 올려놓긴 했으나 반삼성 분위기에 따른 부정적인 시각을 무시할 수 없어 그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단 이 상무는 승진대상이 되기 때문에 전무승진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무로 승진하고 만 3년이 지나면 승진 후보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재용 상무도 승진대상에서 예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상무가 일본 소니와 삼성전자가 합작투자한 S-LCD의 등기이사로 참여해 공을 세웠고, S-LCD(7세대 라인)의 조기 흑자기조 구축 등 실적도 있어 승진대상에 포함해도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에 이 상무가 관계돼 있어 이번 전무승진으로 반삼성 분위기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승진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에서는 LG상사의 패션부문 분가에 맞춰 고 구자승 LG상사 사장의 장남인 구본걸 LG상사 패션부문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LG상사의 패션부분이 내년 분가될 예정이기 때문에 구본걸 부사장이 패션부문 독립회사의 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정기인사에서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LG전자 사장 교체설이 솔솔 흘러나온데다 올해 LG전자가 실적 부문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인사에서 구 부회장의 승진 또는 자리이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LG그룹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씨. 광모씨는 미국 뉴욕주에 있는 로체스터 공대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당장 LG그룹 입성은 어렵지만 현재 LG상사 등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어 앞으로 1~2년 내에 유학을 마치고 LG그룹에 입성해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정기인사가 아닌 ‘수시인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지난 11월 김무일 INI스틸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사장이 향후 기아차와 INI스틸 CEO를 겸임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정 사장이 현재 기아차 보유지분이 1.9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몽구식 파격인사를 통해 그룹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그룹은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딸 정지이 현대상선 과장의 잇단 초고속 승진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 과정은 지난해 12월 입사 1년 만에 대리로 승진한 이후 6개월 만인 올 7월 과장으로 승진했다.
따라서 정기인사에서 실무부서의 장으로 승진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장남과 장녀가 모두 대한항공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이번 정기인사에서 승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씨는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장녀 조현아씨는 기내 판매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효성그룹도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의 승진이 관심사다.
지난 2003년 2월 정기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한 조현준 부사장, 조현문 전무, 조현상 상무가 이번 인사에서도 동반 승진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가족경영·체제안정에 주력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체제 안정과 후계구도를 위한 가족경영 확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재벌그룹 일가의 친인척들을 영입·복귀시키면서 가족경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신세계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이명희 회장의 사위 문성욱씨를 상무로 전격 영입했다.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의 남편인 문성욱씨는 이번 인사를 통해 IT솔루션 및 인터넷 쇼핑 등 사업을 벌이고 있는 신세계I&C 전략사업담당 상무로 영입돼 앞으로 신세계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IT 첨단부문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문씨가 맡은 직책은 전략사업담당으로 종전에는 부장급이었지만 문씨가 영입되면서 상무급으로 격상됐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위가 신세계에 영입되면서 후계구도를 위한 ‘가족경영 확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아들 정 부사장은 유통부문인 신세계를, 딸 정유정 조선호텔 상무와 사위 문씨는 IT부문을 맡기는 구도로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정기인사를 실시하는 SK그룹에서는 얼마 전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한데 이어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의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최태원 SK(주) 회장이 그룹경영을 맡고 친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SK E&S, 사촌인 최신원 회장이 SKC를 맡고 있지만 최창원 부사장만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지 않아 이번 정기인사에서 승진이 예상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최재원 SK E&S 부회장의 SK텔레콤 복귀 여부와 시기도 관심사다.
KT는 KT파워텔, KT서브마린, KT네트웍스 등 자회사와 한국인포서비스, 한국인포데이타 등 출자회사의 사장단 물갈이 인사를 통해 KT 내부 인사를 자회사 사장으로 배치시켜 남중수 사장의 친정제체를 구축했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초 이미 대규모 승진 인사가 이뤄졌고 올해 실적이 미비한 그룹들이 많아 승진 인사보다는 체제 안정과 조직력 강화를 위한 인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그룹에서는 실적 미비로 인해 사장단 물갈이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재벌가 자녀들 주식 평가액 급상승

올해 재벌 2~3세들의 주식 매입과 주가 상승으로 인해 보유주식 평가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주식 평가액은 올해 1월 3일보다 34.37% 상승해 5,827억원으로 재벌 2~3세들 가운데 최고액을 기록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자신이 대주주인 광주신세계의 주식가치가 4배 정도 급등해 주식 평가액이 79.6% 상승한 5,030억원으로 이재용 상무의 뒤를 이었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부회장도 주식 평가액이 2배 이상 늘어 2,739억원으로 상위 3번째를 기록했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씨도 올해초 1,210억원에서 2,513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올해 초 4억원에 불과하던 주식 평가액이 무려 459배(1,536억원)나 늘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씨는 올해 초 852억원이던 주식 평가액이 1,424억원으로 늘어 6위를 기록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주가 상승에 힘입어 재벌가 자녀들의 주식 평가액이 크게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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