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제개편 3개월째 무소식, 1분기 영업익 20% 감소…“준비 중, 정확한 시기는 아직”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과 박정호 사장.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SK텔레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혁신적인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공언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가입자 이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점유율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데이터 요금제 개편안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 2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MWC2018 기자간담회에서 요금제 개편안을 언급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다.

박 사장은 당시 “(데이터 요금제) 엄청 손대야 한다. 무제한 요금제보다 나은 것도 있을 것이다. 3월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말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LG유플러스가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등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데이터 요금제 경쟁에 불을 지폈다. KT 역시 지난 5월 ‘데이터ON’ 요금제를 출시하며 대대적인 개편안을 출시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작 요금제 개편 필요성을 먼저 꺼낸 SK텔레콤은 여전히 “준비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어 해당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개편안 필요성에 대해 직접 언급한 박 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에도 금이 가고 있다.

특히 SK텔레콤 가입자들이 경쟁업체로 빠져나는 이탈 현상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시장점유율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현황(2018년 4월 기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지난 4월 후불요금제 가입자 수는 2671만명으로 전월 대비 불과 2만23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2월부터 3월까지 8만893명 증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KT는 6만6598명, LG유플러스는 5만3859명 늘어나 SK텔레콤과 최대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더구나 지난 2월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한 LG유플러스의 경우 3월에만 8만173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SK텔레콤의 증가폭을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제 개편안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2018년 2월부터 4월까지 이통3사 후불요금제 회선 수 추이. 자료=방송통신위원회

KT 역시 지난 5월 출시한 데이터ON 요금제의 경우 일주일만에 16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혀 데이터 요금제 개편안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SK텔레콤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로밍 서비스 개편, 멤버십 할인 한도 폐지 등 순차적으로 다양한 개편안을 내놓고 있지만 핵심인 데이터 요금제 개편은 언제 나올지도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가입자가 많은 만큼 요금제 개편에 따른 수익 악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SK텔레콤의 지난 1분기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이 같은 분석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지난 5월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은 새 회계기준(K-IFRS 1115호)으로 매출은 4조1815억원, 영업이익 3255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무려 20.7% 떨어졌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미디어 사업 성장 등 자회사 실적은 개선됐으나 이동통신사업 수익 감소와 회계기준 변경 등에 따른 것”이라며 “선택약정 가입자 증가와 할인율 상승,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선택약정 가입자의 증가와 기초연금 수급자에 대한 통신비 감면, 보편요금제 도입 등 향후 매출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요인들도 남아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요금제를 개편했다가는 매출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제 개편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데이터 요금제 개편안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1분기 매출 실적을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면서 “현재 경쟁 업체와 유사한 수준의 데이터 요금제를 준비 중에 있지만 언제 출시될 지는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SK텔레콤은 로밍 서비스 개편과 멤버십 할인제도 개편 등 MNO 개편에 노력하고 있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경우 통신업계 1위 사업자로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가를 받는 데 통상 2~3주 정도 걸린다는 점에서 이달 안으로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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