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만 700여건, 하나·국민은행 비율 87% 달해...동부지검 신한금융 채용비리 수사 중

검찰이 지난 11일 불법 채용비리와 관련해 신한금융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은행들이 조직적인 불법 채용비리를 저질러온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따르면 전국 6개 지검은 금융감독원 자료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우리은행·KEB하나은행·KB국민은행·부산은행·대구은행·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을 각각 수사한 결과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등 채용비리 관련 혐의로 12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은행·하나은행·부산은행·대구은행의 전현직 은행장이 각각 1명씩 기소됐으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청이 수사를 통해 밝혀낸 은행권의 불법 채용비리는 무려 7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만 전체 적발건수(695건) 중 607건의 불법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이어 우리은행이 37건의 불법 채용비리가 적발됐고, 대구은행과 광주은행도 각각 24건, 그리고 부산은행이 3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외부 청탁부터 로비창구까지 

검찰 수사 결과 은행권의 채용비리는 주로 인사관련 부서에서 발생했다. 검찰이 밝힌 개인기소자 38명과 구속자 12명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이 전현직 인사업무 담당자였기 때문이다. 

직급별로 보면 팀원과 인사부장급 기소자가 무려 18명에 달했고, 부행장과 본부장 등 임원급도 14명이 기소됐다. 이중 눈에 띄는 인물은 박인규 전 DGB금융그룹 회장(은행장 겸임)이다. 박 전 행장은 기소자 중 유일하게 구속상태로 기소됐다.

이밖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결국 불구속 기소했다. 

사례별로는 외부인의 청탁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검찰은 전체 적발사례 중 절반이 넘는 367건이 외부인의 청탁으로 인해 이뤄진 불법 채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남녀고용평등법을 무시한 성차별 채용이 225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은 남녀 각각 4:1의 비율로 직원을 뽑았으며, 국민은행은 2015년부터 여성합격자 비율이 높아지자, 남성지원자들의 등급점수를 높여 남직원을 대거 선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임직원의 자녀채용을 부탁받아 합격처리(53건)하거나, 학력을 차별하는 사례(19건)도 다수 적발됐다. 

불법채용은 은행의 영업을 위한 로비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경남도의 도금고와 부산시의 시금고 유치과정에서 경남도 및 부산시 관계자의 자녀를 부정채용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대구은행은 박인규 은행장이 주요 거래처 자녀들의 채용을 지시하자, 이들에게 가짜 보훈번호를 부여해 영업지원직(특채)으로 합격시키기도 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와 전국 6개지검이 공동수사한 은행권 불법채용 수사자료. 출처:대검찰청

 별도명단 작성해 조직적 관리, 신한금융도 수사 중 

검찰은 "은행권의 불법 채용비리는 개인적인 일탈이 아닌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면서 "임원들이 인사부서에 지시하면 인사부서가 전형단계별로 합격 여부를 관리하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청탁과 외부인의 청탁이 일선의 인사담당부서로 전달됐고, 주요거래처와 정관계 인사 등의 외부청탁은 최고위층을 통해 인사부서에 전달되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불법적인 채용을 지시받은 인사담당부서와 담당자들은 별도로 명단을 작성해 전형 단계별로 합격여부를 관리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청탁대상자가 서류전형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합격시켰으며, 우리·하나·대구·국민은행은 청탁대상자가 필기시험에서 탈락할 경우 점수도 수정해줬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탈락하는 특정인을 위해서는 채용조건을 별도로 추가하거나, 자격조건을 조작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면접단계에서는 부녀가 상봉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주은행의 경우 딸의 면접관으로 임원인 아버지가 직접 면접을 봤던 사실을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 결과 외부청탁 뿐 아니라 내부 전현직 임직원들의 자녀 채용 청탁도 만연해있었다"면서 "금융기관 등 공공적인 성격의 사기업에 대한 불법채용비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신한금융그룹은 서울동부지검이 별개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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