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갑질 및 통행세 엄단...1년만에 10대그룹과 소통, 재벌저격수 본능 살아날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직계 위주의 대주주 일가들은 핵심 계열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비주력-비핵심 계열사의 지분은 가능한 빨리 매각해달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재벌저격수의 본능이 2년차에 살아날 것 같다."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상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본격적인 재벌개혁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지난 14일 김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직계 위주의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 계열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빨리 매각해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일부 재벌그룹 총수일가가)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성과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칙에 맞지만, 이와 관련없는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일감몰아주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더이상 시장과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와 동시에 공정위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공정위는 현재 대기업들의 비주력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각을 세우는 김 위원장과 공정위의 행보에 재계는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년간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척결에 집중하던 김 위원장의 '재벌저격수' 본능이 취임 2년차를 맞아 대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을'의 대변자로 거듭난 공정위

과거 공정위는 사업자들간에 분쟁이 많았던 가맹(프랜차이즈)·유통·하도급·대리점 등 4대 사업분야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사업자들(혹은 계약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대립관계가 팽팽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기관인 공정위는 조정보다 민사소송 등 사법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런 공정위의 기조는 지난해 6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과 함께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조정 및 중재자로서의 행보를 예고했다. 실제 공정위는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안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행태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대기업의 하청업체 기술탈취등을 방지하는 하도급 대책도 잇달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내놓은 갑질 파문 개선책은 지난해 7월 발표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련 대책이다. 공정위는 당시 프랜차이즈업계의 논란거리 중 하나였던 필수품폭 의무기재사항 확대와 영업시간 단축 허용 요건 완화 등을 내놓았다. 이어 8월에는 유통분야와 관련해 구두발주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납품수량 계약 명시, 과징금 부과율 2배상향, 판매수수료 공개 대상 확대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이어 지난해 9월과 12월에는 하도급 관련 대책들을 선보였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및 하청업체 기술유용 차단을 위해 기술유용심사지침 개정을 진행했으며, 대기업이 중소협력사의 기술을 탈취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는 대책도 발표했다. 

소비자 보호를 제도도 강화됐다. 리콜제도를 강화했으며, 소비자피해 구제기관을 확충했다. 또한 가습기 사태처럼 인명과 관련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범정부 차원의 대응메뉴얼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1년과 대해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아직 국민들에게는 부족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과거로 회기하지 않는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년차 목표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김 위원장과 공정위가 지난 1년 동안 갑을관계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2년차를 맞은 최근의 모습은 재벌저격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지난 5월 김 위원장과 10대그룹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있는 비상장·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라"며 과거 시민단체에서 보여줬던 '저격수'의 면모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달 10대그룹 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비주력 계열사 지분 매각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구체적인 사업분야를 지적하기도 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비주력, 비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주력사업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공정위 역시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익 편취 실태를 조사한 바 있는 공정위는 해당 자료를 기초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경영간섭이란 평가도 있다. 시스템통합 등 SI분야는 그룹 내부의 보안 유지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데, 이런 부분까지도 공정위가 나서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법률상 예외조건인 긴급성, 보안성, 효율성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논란이 되는 SI분야가 이 같은 예외 조건인 지는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취임 이후부터 추진해온 갑질 근절에 대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현재 38개 기업에 대한 신고사건을 본부로 이관했고, 이들의 거래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이어져왔던 불공정관행들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분명한 시그널을 보여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밖에도 전속고발제 존폐문제와 경쟁법 현대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7월 중에 입법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출범한 공정거래법 개편 특별위원회는 경쟁-기업집단-절차법 등 3개 분과로 나눠져 있다. 이 분과를 통해 완성시킨 개정안을 연내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1차 목표다. 정치권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10월 말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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