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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의 참극…살인미수로 번진 본가궁중족발 임대차 사건 전말건물주 바뀌고 한꺼번에 임대료 4배 인상…통화서 과격한 발언 듣고 흥분 망치 난동
  • 이승규 기자
  • 승인 2018.06.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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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갈등을 겪은 서울 종로구 소재 ‘궁중족발’ 건물.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서울 종로구 서촌의 맛집으로 유명했던 ‘본가궁중족발’의 사장 김모(54)씨가 극심한 갈등을 겪던 임대차 문제로 건물주 이모(60)씨에게 망치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사건은 임대료 폭등과 그동안 도심 상권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씨는 20여년 동안 금천교시장에서 장사를 해오며 모은 돈과 대출로 지난 2009년 서울 종로구 서촌 본가궁중족발을 개점했다.

당시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263만원에 계약 기간 1년으로 상가임대차 계약을 한 김씨는 이후 매년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가며 장사를 지속해 왔다. 이미 2015년 5월 297만원에 임대료를 한 차례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서촌일대가 문화유산과 한옥마을, 전통시장 등으로 큰 인기를 끌자 상황은 달라졌다. 2015년 12월 김씨가 임대한 건물을 인수한 이모(60)씨는 2016년 1월부터 임대료를 대폭 인상했다.  

건물주 이씨는 건물 리모델링을 명목으로 일시적 퇴거를 요구했고 공사 후 재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1200원을 제시했다. 임대료가 순식간에 4배로 폭증한 것이다.

이에 김씨는 당시 이씨가 사실상 재계약이 아닌 퇴출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항의와 함께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이씨는 임차료를 낼 계좌번호마저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김씨 측의 주장이다.

더불어 여러 가지 호재로 점포 가치가 개업 후 약 5배가 상승했음에도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사실상 쫓겨나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고 김씨는 주장 하고 있다.

반면 이씨 측도 계좌번호를 적어줬으나 김씨 측에서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자 버린 것이라고 반론하고 있다. 

더불어 이씨측은 월세 1200만원은 주변 시세 수준이며 김씨 측은 종전의 월세도 납부하지 않고 소송이 진행되자 그제야 공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고 간판이 사라진 ‘궁중족발’ 건물.

하지만 결국 법은 김씨의 편이 아니었다. 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초 계약부터 5년까지만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6년 4월14일 건물주 이씨가 해당 건물에 대한 명도 소송을 제기하자 사건은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당시 이씨는 김씨가 임대료가 3회 이상 밀리자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이미 김씨가 미납 임차료를 공탁한 것을 알자 “김씨에게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다”라는 취지를 주장했다. 

법원은 2016년 12월6일 “김씨는 이씨에게 점포를 인도하고 10월8일부터 인도 완료일까지 월 299만3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이에 김씨 측은 불복하고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김씨가 갱신 요구를 할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차계약 자체가 연장되지 않아 종료됐기 때문에 건물을 이씨에게 넘겨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김씨의 족발집은 최초 계약부터 7년이 지나 임대차계약의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명도소송에서 진 김씨는 법 집행에 불복하고 가게를 강제 점유하고 12번의 부동산 인도 가처분 집행을 물리적 충돌로 저지했다.

또한 김씨는 지난해 11월9일 2차 강제집행에서는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는 등 강하게 저항하자 강제집행하는 측과 충돌이 빚어 졌고 왼손가락 4곳을 크게 다쳤다.

김씨는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소재한 건물주 이씨의 건물 앞에서 30~40분 동안 ‘상생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인 시위를 시작했으나 지난 4일 약 8개월 만에 또다시 강제집행은 이뤄졌고 강제력에 대항한 몸싸움이 발생하자 현장에서 김씨와 같이 몸싸움을 벌이던 시민 1명이 경찰에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9일 이후 수도와 전기, 가스도 모두 끊긴 김씨는 통장도 가압류가 들어와 사실상 영업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어려움이 증폭되던 중 지난 7일 오전 이씨와의 통화에서 욕설 섞인 과격한 발언과 함께 ‘구속시키겠다’는 등의 말을 듣고 흥분한 김씨는 이씨를 발견하자 차량에 탑승한 상태로 이씨를 쫓아갔고 이 후 차에서 내려 망치를 꺼내들고는 압구정로 한복판에서 이씨와 육탄전을 벌였다. 

사건을 목격한 시민의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김씨를 붙잡아 상황을 종료시켰으나 강남경찰서는 김씨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9일 구속했다. 전날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라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번 사태에 시민단체 등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사건이 기인됐다고 지적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물주의 권리와 임대계약자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를 놓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도 현실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폭행 자체를 정당화할 수 없으나 사건의 배경에 임차상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불합리한 법과 제도가 놓여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비극이기도 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승규 기자  press33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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