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24)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 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다시 심해광구 탐사를 시작하다

2012년 3월 마침내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우리가 광권을 보유하고 있는 AD-7광구가 모두 미얀마 해역인 것으로 판결났다. 최종 판결에 따라 우리는 AD-7광구에 대한 탐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AD-7광구의 첫 번째 탐사정인 Pearl West-1 시추에서 가스발견에 실패하자 컨소시엄 파트너들은 모두 철수한 상태였다.

탐사가 보류된 상태에서는 추가 투자비 없이 광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지만, 파트너들은 더 이상 유망성이 없다고 보고 AD-7광구에서 미련 없이 모두 철수해 버렸기 때문에 우리 회사만 광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탐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경분쟁으로 인한 약 4년 동안의 탐사작업 중단 상태가 종료되고 2012년 3월부터 탐사가 재개됐지만, 2013년 7월부로 시작되는 다음 탐사기에 진입하여 광권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탐사정 1공을 추가로 시추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했다.

수심이 깊어 시추비가 많이 드는 심해광구인 데다 더구나 파트너들이 모두 철수한 상황에서 우리 회사 단독으로 수천만 달러가 소요되는 시추작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웠다.

미얀마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미얀마 쉐(Shwe) 가스전 해상 생산플랫폼. 사진=포스코대우

시추를 위한 새로운 파트너 영입

우리는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기로 했다. 파트너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광구의 유망성을 입증할 충분한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지난번 시추했던 Pearl West-1 시추자료와 그동안 실시했던 2D, 3D 인공지진파 해석 자료를 모두 종합해 자료를 제시했다.

한마디로 “이 지역은 가스 매장 조건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에 새로운 탐사정에서 가스를 발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자료였다. Farm-out Brochure라고 하는, 지분 양도를 위해 필요한 기초 자료를 준비해 석유개발업계 여러 곳에 배포한 결과, 토탈과 페트로나스를 비롯해 모두 8개의 회사가 관심을 표명하면서 각 회사의 기술진이 우리 회사를 방문해 자료를 검토했다.

그러나 유망성이 없다는 반응과 함께 모두 참여의사가 없다고 통보해왔다. 그러던 중 우리 직원이 석유가스 관련 국제워크숍에 참석해 만났던 호주의 우드사이드(Woodside)의 한 인사가 우리 AD-7광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우드사이드는 호주에서 가장 큰 석유개발 전문회사로서 그동안 호주 해상에서 주로 활동을 해 왔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적당한 사업을 물색하는 중이었다.

미얀마 심해광구에 관심을 가지고 기회를 모색하던 우드사이드는 AD-7광구의 유망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우리가 준비한 지분 양도 관련 자료와 몇 차례의 기술회의를 통해, 운영권자로서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미얀마에서의 성공을 높이 평가해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지분비율에 비해 투자비를 더 많이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또 하나의 성공을 만들다

우드사이드의 참여를 계기로 우리는 2013년 7월부로 AD-7광구 새로운 탐사기에 진입할 수 있었고, 광구 전역에 걸쳐 대규모 3D 인공지진파 탐사를 실시했으며, 취득한 자료에 대한 철저한 분석 작업을 실시했다.

운영권자인 우리 회사와 파트너사인 우드사이드가 각각 해석 작업을 수행하고 수시로 기술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 나갔다. 세계적인 석유개발 전문회사를 파트너로 삼아 운영권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대관(對官) 업무 등 사업전반에 걸쳐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으며 철저한 내부 시스템을 거쳐야 했으므로 사업진행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 인도, 중국의 회사들만을 상대로 사업을 추진해 왔던 우리로서 세계적 명성을 가진 석유개발 전문회사와의 공동작업은 좋은 경험이 됐다.

쉐 가스전의 평가정 시추에서 가스층 확인에 성공한 후 산출시험을 실시하는 장면.사진=저자 제공

딸린 유망구조에서 가스전 발견 성공

우드사이드 영입 이후 공동작업을 하는 동안 시추 대상 유망구조가 바뀌는 등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2016년 1월 미얀마어로 수정(crystal)이라는 뜻의 딸린(Thalin) 유망구조에 AD-7광구의 두 번째 탐사정 시추를 시작했다.

수심 850m 지점에서 시작하여 총 3000m 깊이를 시추하게 된 것이었다. A-1광구와 A-3광구의 가스전 개발과 생산에는 성공했지만, 2006년 A-3광구에서 미야 가스전을 발견한 이후 AD-7광구의 Pearl West-1 탐사정을 포함해 몇 차례 탐사정 시추를 실패해 어느 때보다 탐사정 시추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2016년 2월 또 하나의 기적이 만들어졌다. 딸린 유망구조에서 상업적 개발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된 것이다. 10년 만에 들려온 탐사정 시추성공의 낭보였다.

미얀마에서는 대개 날씨가 좋아 작업이 수월한 11월에서 2월 사이에 시추작업이 진행된다. 따라서 탐사에서의 성공 소식은 주로 연초에 들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설날 당일 미얀마 깊은 바다에서 들려온 낭보는 2016년을 환하게 밝혀주며 미얀마 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약속하는 이정표 역할을 해줬다.

석유개발 관련 계약들

앞서 기술력과 협상력, 그리고 천운을 석유개발의 성공을 위한 세 가지 요소라고 언급했다. 사람의 일인 기술력과 협상력에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천운(天運)까지 3박자가 맞아야지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프로젝트가 그저 운이 좋아서 성공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협상력, 즉 석유개발과 관련된 여러 계약들을 어떻게 체결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상업적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

석유개발과 관련한 계약에는 산유국과의 광권 계약, 파트너 영입 및 공동작업에 대한 계약, 생산제품 판매계약의 세 가지 부류가 있다.

포스코대우(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016년 2월 미얀마 해상 AD-7광구 내 위치한 딸린(Thalin) 유망구조에서 상업생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가스층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사진=포스코대우

광권 계약은 석유개발사업 출발점

첫째, 석유개발에 필요한 광구를 취득하기 위해 산유국 정부와 체결하는 광권 계약이 석유개발사업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광권 계약에는 생산물 분배계약, 조광권 계약, 위험부담 서비스 계약이 있다. 생산물분배계약(PSC, Production Sharing Contract)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체결되는 계약 형태로서 원유나 가스가 생산되면 그 생산물을 정부와 계약자가 서로 나누어 가지는 방식이다. 나라에 따라서 생산물분배외에 로열티와 세금을 정부에 추가로 내기도 한다.

조광권 계약(租鑛權, license)은 해당 지역의 광구에서 탐사, 개발, 생산을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으로 정부에는 광권 취득비, 로열티, 세금 등을 지불한다. 위험부담서비스계약(Risked Service Contract)은 중동 지역에서 흔한 계약 형태로서 외국 회사는 생산물에 대한 권리를 가지지 못하는 대신 원유나 가스가 발견될 경우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

미얀마 해상광구는 생산물분배계약에 의해 광권이 주어지는데, 우리가 A-1광구의 광권을 취득한 것은 미얀마 정부의 요청으로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물분배계약의 조항에 대해 최종 합의를 이뤄 내기까지 무려 2년 6개월이 걸렸다. 그 이후 체결한 A-3광구와 AD-7광구의 경우 각각 인도회사와 중국회사와 경합하느라 많은 노력을 쏟아야만 했다. 대상 광구가 유망하면 유망할수록 광권 계약을 따 내기 위한 경쟁률도 치열해지게 마련이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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