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노인들은 대체 왜 넘어지는지, 그것을 막거나, 줄일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많은 선행 연구들은 빈번한 전도 외에 노인의 보행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젊은이와 그 기능을 흔히 비교한다. 가장 일반적 특징은 보폭의 감소를 들 수 있다. 자신감에 넘친 모습으로 성큼성큼 걷던 시절은 이제 지났단 얘기다.

단위 시간당 보조(발의 활보), 즉 걸음 수도 적어진다. 아울러 양다리의 지지 시간은 연장된다. 무슨 소린고 하니 발을 떼기 위해 반대편 다리에 힘을 줘 버텨야 하는데 그 지탱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의미다.

걷는 것조차 어린아이처럼 조심조심 힘이 드는 노년기의 보행 특징은 이 밖에도 많지만 역시 가장 큰 특징은 전도 횟수의 증가다. 돌부리를 차면 앞으로 넘어지고 빙판을 잘못 밟으면 뒤로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물론 균형을 잡고 평형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렇게 운이 좋아 모양이 빠지지 않거나 스타일이 구겨지지 않으면 참 좋은데 그것도 젊을 적 얘기다. 고령자의 낙상은 본인 및 가족의 안녕을 해칠 뿐 아니라 기타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는 사적, 공적 악재임이 분명하다. 하긴 누군들 넘어지고 싶어 넘어지겠나? 주로 하지의 기능과 관련된 이 불상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넘어지고 나면 불가역적 상황이 될 수 있으니 고령화 사회의 낙상 문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다룰 정도로 깊이 있는 사안임이 분명하다. 만성적으로 진행된 질병을 제외하고, 노년기 건강에 가장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상해 요인 중 낙상은 단연코 1위다.

한 조사에 의하면 낙상(falling injury)을 경험한 노인들은 낙상으로 인한 공포로 바깥 활동을 기피할 정도라 한다. 낙상에 의한 자신감의 결여는 타인 의존도를 높이므로 행동반경이 좁아져 사회생활의 위축을 초래한다. 이는 인지 장애와 우울증을 불러 알츠하이머로 연결되므로 결국 낙상은 인생의 후반기 삶, 그 질을 좌우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된다. 물론 대부분의 낙상 환자는 피하 출혈(일명 멍)에 그치지만 문제는 10% 정도에서 발생하는 골절이다.

이 중 일부는 엉치뼈가 부러지는, 즉 대퇴경부골절을 입는데 이것이 필자가 우려하는 최악의 경우다. 뼈 부러지는 소리가 주변에 들릴 정도의 큰 부상인데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사고다. 물론 낙상 중 소수가 대퇴경부골절이 되지만 대퇴경부골절 환자의 90%는 낙상에 의한 것이므로 낙상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자! 이제 얼마나 자주 넘어지는지 노인의 낙상을 통계적 수치로 살펴보자. 외국의 경우 미미한 부상 정도의 낙상을 65세 이상에서 30~50%, 80세 이상은 40% 이상이 연간 1회 이상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60세 이상 사고별 경험률 중 낙상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젊은이라 하여 넘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20대의 낙상 경험률은 14%에 불과하다. 이후 30대 18%, 40대 23%로 차츰 증가하며 50대에 이르러 32%로, 나이와 낙상의 위험이 비례하여 증가함은 거의 공식화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연령과 낙상의 상관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근력의 저하라 할 수 있다.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근육의 위축과 근력(근육량)의 감소는 인체를 지면으로부터 지탱하는 하지 근력의 약화로 이어져 낙상을 증가시키는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인이 전도로 인한 부상으로 와상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그 예후가 마치 말을 타고 들어와 거북이를 타고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급작스레 시작되어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단 얘기다.

노년기의 근 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문제는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가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노력이다. 하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각 개인의 특성에 적합한 운동을 찾고 그것을 꾸준히 지속하려는 시도가 조속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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