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제시부터 소송까지 적극적 주주권행사...투자기업 가치 올리고, 배당 챙겨 일석이조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도입한 KB자산운용이 최근 공격적인 행동주의 운용을 통해 증권가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사진=KB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쳐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KB자산운용(조재민 대표)이 행보가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도입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투자기업들로부터 배당금 확대 등 경영개선을 이끌어내고 있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도입한 국내 자산운용사(사모펀드 포함)는 총 23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회사의 의결권 행사 등에 사용되는 가이드라인을 의미한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투자했던 기관투자자들의 해당 기업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KB자산운용은 이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올해에만 모바일 게임회사로 잘 알려진 컴투스를 비롯해 골프존과 광주신세계 등에 경영개선안(의견안)을 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그 결과 3사 모두 경영개선 대책을 내놓으며 KB자산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KB자산운용이 첫번째 주주권 행사에 나선 곳은 컴투스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월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던 컴투스에 질의서를 보내면서 송변준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당시 KB자산운용은 컴투스의 자기자본이익률 하락세에 대한 회사의 입장과 유상증자한 1800억원의 사용계획, 주주정책의 방향성을 질문했다.

그 결과 컴투스는 2월 기업설명회에서 연간 배당성향을 10~15%로 유지겠다는 답변했다. 이후 컴투스의 배당성향이 증권가에 알려지며 컴투스의 주가가 상승했고, 기업가치가 올라갔다. KB자산운용의 투자이익 역시 늘어났다. 

3월에는 골프존그룹과 대립각을 폈다. 골프존이 지주사인 골프존뉴딘에서 조이마루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자 "조이마루 양수계약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2대주주로서 이 계약에 반대한다"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이에 골프존이 밋밋한 대응으로 일관하자, 골프존의 조이마루사업부 양수 승인 결의를 취소하는 소송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는데도, 승인 의결을 나자 법적 공방까지 감수한 것이다. 이에 골프존그룹은 조이마루사업부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4월에는 대기업을 상대로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광주신세계에 의견서를 보낸 것이다.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에 자기자본이익률의 하락세에 대한 회사측의 대응책과 랜드마크 복합시설 사업의 진척사항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의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고 판단, 3월 열렸던 광주신세계 정기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한달 가까이 답변을 미뤄왔던 광주신세계 역시 KB자산운용의 요구에 화답했다. 광주신세계는 답변서를 통해 "자기자본이익률 하락을 개선하고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신세계와 유사한 수준의 배당성향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KB자산운용의 이 같은 행보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자칫 경영간섭처럼 여겨질 수 있는 주주권행사 이후 해당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기업가치 역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금융사들이 많았지만, 단순히 의결권 행사 내역만 명시하거나, 관련 활동이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반면 KB자산운용은 형식적인 질문이 아닌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나올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투자자로서 궁금할만한 사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 측은 "수탁자의 책임 이행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