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월드컵 멤버 주축…신형엔진 수혈
# 이운재·이영표·조원희·박주영 등 베스트11

지난 11일 독일로 가게될 23명의 태극전사 명단이 발표됐다. 그 동안 서로 치열하게 펼친 경쟁에서 살아남아 아드보카트호에 승선한 23인은 이제 ‘베스트 11’이라는 경쟁이 남아있다.
지난 2002년 한반도를 붉은 빛으로 물들였던 태극전사들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다시 한번 ‘필승 코리아’를 외치게 할 월드컵 엔트리 23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 GK(골키퍼) 이운재(수원삼성), 김영광(전남드래곤즈), 김용대(성남일화)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의 주장을 맡게된 이운재는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거미손’의 위력을 발휘하며 한국의 수문을 탄탄히 지켰다. K리그에서는 부진했던 그였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거미손을 신뢰했다. 이 때문에 그의 발탁은 어느정도 예견 됐던 것. 차분함과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운재는 이번 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용될 전망이다.
신예로써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영광과 김용대는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다. 신예답지 않는 노련함이 베여 있는 이들은 이운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MF(미드필더)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 김두현(성남일화), 김남일(수원삼성),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백지훈(FC서울), 이호(울산현대)

대표적인 유럽파 선수 박지성. 지난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골을 넣은 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들어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가 모아지는 선수 중 한명이다. 공격의 핵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박지성은 상대의 골문을 수시로 위협할 것이다.
공격혈 미드필더에 박지성과 함께 승선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두현. 정교한 오른발과 강한 왼발을 주무기로 하는 김두현은 박지성과 공격형 미드필더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연예인 못지 않은 그의 인기를 발판삼아 당시 소속팀이었던 전남드래곤즈의 주가도 상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종횡무진 하며 상대팀의 정신을 빼놓을 것으로 기대되는 김남일이 다시 한번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을용은 안정적인 수비에 크로스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남일과 함께 중원수비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을용은 차분함이 강점이다.

‘젊은 피’ 백지훈과 이호는 언제든지 출격 가능한 조커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백지훈은 1~2월 해외전지훈련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이번 대회에서 그 기대에 보답할 예정이다.

# FW(포워드) 안정환(뒤스부르크), 조재진(시미즈S펄스), 이천수(울산현대), 박주영(FC서울), 설기현(울버햄프턴), 정경호(광주상무)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지난 2002년 이탈리아 전에서 보여준 극적인 골든골은 지금도 최대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안정환은 중앙공격수의 역할을 제대로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천수는 지난 1~2월 해외전지훈련에서 향상된 기량을 선보였다. 박주영과 함께 좌-우 날개역할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천수는 최근 소속팀에서 파괴적인 돌파력과 해결사적인 결정력으로 상승 무드를 이어가고 있다.

‘박주영 신드롬’을 일으키며 ‘축구천재’로 통하고 있는 박주영은 천부적 골 감각이 기대되는 선수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를 잘 알고 있어 박주영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안정환과 함께 중앙공격수로 기용될 수 있다.

잉글랜드, 벨기에 등 다양한 유럽무대를 경험한 설기현은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설기현은 거친몸싸움과 돌파력에 강점을 보이지만 킬러본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설기현이 나가면 최소한 수비 한명이 따라 붙는다는 것을 아드보카트 감독은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정경호는 거침없는 드리블과 돌파로 공격의 맥을 살려내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정경호의 존재는 차두리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축소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경호는 대표팀 내에서 가장 전형적인 윙 포워드로 평가받는다. 순간적으로 측면을 돌파해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 정경호는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카드다.

# DF(수비) 이영표(토튼햄), 김동진(FC서울), 최진철(전북현대), 김진규(주빌로이와타), 김상식(성남일화), 김영철(성남일화), 조원희(수원삼성), 송종국(수원삼성)

이영표는 공격 가담 능력이 뛰어난 윙백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4년전 홍명보가 맡았던 역할을 이영표가 제대로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의 맡형 최진철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이영표는 상대팀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김동진은 정통 수비수라기보다 공격 성향이 강하거나 미드필더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선수다. 김동진은 지난 크로아이타와의 칼스버그컵 경기에서 화끈한 중거리슛을 작렬시키는 등 전지 훈련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바 있다.

노련미가 넘쳐나는 최진철은 중앙수비수로 적격이다. 중앙 수비수는 최진철과 김진규의 조합이 예상되지만 상황에 따라김진규와 김영철의 자리바꿈도 가능하다.
김상식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갈 수 있는 ‘멀티’능력으로 후반 조커 멤버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조원희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새로 발굴한 대표적인 ‘젊은 피’로 그동안 대표팀에서 주력으로 활동했다는 장점이 있고, 송종국은 핌 베어벡 코치의 신임 아래 2002월드컵의 풍부한 경험을 내세운다. 반면 송종국은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점이, 조원희는 공수의 완급을 조율하는 능력이 아직 미숙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김민경 기자 flyingmk73@iminju.net

-꽁지머리 김병지 미니홈피에 심경담아
# “나는 행복한 사람”

2006년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 골키퍼 김병지(36·FC 서울)가 솔직 담담한 심경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글로 써내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11일 김병지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을 통해 예비 엔트리로 뽑힌 섭섭함과 함께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는 프로다운 성숙함, 팬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한 김병지는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상 탈락한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오늘 여기까지 왔다. 막상 결론이 나니 나 또한 욕심 많은 인간인지라 섭섭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김병지는 이내 “내가 그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든, 남은 자리에서 응원에 목소리를 보태어 더 큰 용기를 보내는 서포터가 되든, 우리가 꼭 이루어야 할 과제는 2002년에 어렵게 쌓았던 대한민국의 위업을 다시 한 번 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 김 선수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게도 전성기가 있었다. 철퇴를 맞은 적도 있었지만 항상 그때마다 함께 해주었던 많은 팬 여러분이 아직도 이렇게 나를 지켜주고 있으니”라며 “내가 더 이상 욕심을 부릴 것도, 미련을 가질 일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누구와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만 남았다”고 자신을 추스렸다.

김병지는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도 바랐다. 그는 “훗날 나의 아들이, 당신의 동생과 아들이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우리는 한 나라, 한 팀의, 한 선수에 불과하나, 세상사람들은 우리를 대한민국이라 부른다”며 “다음 세대가 이어갈 한국축구계는 넘지 못할 벽이 없고, 안 될 것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김병지는 팬들에 대한 감사말로 글을 맺었다. 그는 “섭섭했을 팬 여러분, 앞으로 저는 웃을 일만 남았고 오늘 저 때문에 가슴을 쓸어 내리셨을 사랑하는 팬 여러분을 위하여 좋은 경기력으로 날마다 기록을 세워 가는 감동 안겨드리겠다”며 “한국팀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며 오늘 여러분이 가졌을 실망감, 제가 다시 거두어 갑니다. 행복하세요, 영원한 꽁지”라고 글을 마쳤다.

한편 독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차두리(27·프랑크푸르트)는 아버지인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과 함께 MBC TV 해설을 맡아 해설위원으로서 독일 월드컵에 참여한다. MBC는 차범근 감독과 해설위원 계약을 하면서 ‘차두리가 월드컵 엔트리에서 탈락하면 차 감독과 함께 해설을 한다’는 옵션계약을 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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