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경제민주화TF 구축, 국세청 50대 대기업 세무조사...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산하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재벌개혁 과제를 총괄하는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 자] 공정위, 국세청, 국민연금까지...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출범 2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6.13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재벌개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선봉장은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공정위가 최근 정부산하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재벌개혁 과제를 총괄하는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기 때문이다.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국세청도 나섰다. 국세청은 지난 16일 50대 대기업 및 자산가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차명재산 등을 통한 불법적인 경영승계를 차단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근절하겠다는 각오다. 

60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을 움직이며 증권가의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도 재벌개혁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갑질파문을 일으킨 한진그룹 계열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중인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 재벌개혁 '컨트롤타워'로 부상

지난 9일 출범한 '경제민주화TF'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경제민주화TF는 범정부 차원의 경제민주화 전략을 추진하는 컨트롤타워로 정부 산하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전략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재벌개혁 과제로 제시했던 ▲상법개정(주관부처 법무부) ▲금산분리(금융위) ▲지주사 규제 강화(공정위) ▲집단소송제 도입(법무부) 등이 경제민주화TF의 1차 점검 대상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8일 첫번째 회의를 주재하고 현황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관련 부처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여러 현안 중 가장 먼저 논의되는 안건으로는 집단소송제 도입안이 주목받고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 여부는 법무부가 결정한 사안이지만, 공정위와도 연관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비롯해 폭스바겐 배기가스 배출조작 등 집단소송제 도입과 관련한 사안들이 공정위에 집중되고 있어 도입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가 경제민주화TF를 통해 재벌개혁 과제들을 점검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국세청은 재벌가의 곳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50대 대기업 대주주 일가를 포함해 자산가들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한 국세청은 편법 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부당내부거래 적발을 위해 기업의 특수관계자들의 조사 범위도 확대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과 관세청은 국세청과 함께 역외탈세 조사에 나선 상태다. 3기관이 합동해 출범시킨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은 역외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조세회피처에 대한 투자와 외환거래에 대해서는 강력한 모니터링을 실시해 비정상적인 거래와 고의적인 역외탈세를 예외없이 고발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6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적립액 중 131조원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도 재벌개혁에 가세했다. 갑질파문을 일으킨 대한항공에 대해 주주권 행사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주주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기금운용본부로 하여금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과의 면담 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강공에 재계 전전긍긍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자 재계는 경악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만 131조원을 투자한 큰손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3월말 기준 대한항공(지분 12.45% 보유)를 비롯해 삼성전자(9.47%), SK하이닉스(9.94%), 네이버(10.83%), 현대모비스(9.82%), 포스코(10.79%), 신한금융지주(9.55%), KB금융지주(9.62%), LG화학(9.08%)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큰손인만큼 다른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실제 이달 초에는 현대모비스의 분할 및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던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다른 주주들의 동의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해 스스로 합병안을 철회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에서는 일단 정부당국이 요구하는 개혁안을 최대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들이 잇달아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란게 재계의 관측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너 지배력이 약화될 경우 국민연금을 비롯한 자본들의 영향력만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주인없는 회사처럼 운영되면서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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