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 지구의 영혼이란 것을 꿈꿀 수가 있을까

▲임창석▲아시아북스▲1만3800원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북미 원주민의 전설에는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 생명체가 살기 어려워질 때가 되면 반드시 무지개 전사들이 나타나 생태계를 복원하고 인간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북미 원주민 추장 아첵, 일명 대화를 통해 지혜를 나누는 자와 서로 다른 나이와 직업을 가진 7인의 인물들이 인연을 통해 만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영혼을 울리는 맑은 이야기이다. 

추억의 도시 클리블랜드와 현재의 도시 뉴욕을 교차시키며 진행되는 스토리가 각 캐릭터의 일인칭 시점에서 모두 전개해 나가는 신선함이 있는 실험적인 소설이다. 개인의식과 집단의식과의 연관성 같은 사회인류학적 내용도 언급되어, 가벼운 사색도 즐길 수 있는 깨끗한 영혼을 가진 책이다.

지구와 같은 행성에게도 영혼이라는 것이 있을까? 영국의 생물물리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의 전체 생태계 시스템이 기어처럼 맞물림 구조를 가지고 돌아가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비슷한 구조 가이아라고 했다. 

마치 거북이의 딱딱한 등껍질이 그 자체만으로는 절대 생명체가 아니지만, 거북이와 한 몸을 이루는 구조물로, 지구 역시 그러하다는 뜻이다.

전체 생태계 시스템을 넘어 지구의 영혼이라는 개념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지구 자체에 두뇌의 역할을 하는 유기체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금속과 암석 덩어리가 대부분인 지구에게 영혼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생명체의 개념을 연관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작가가 상상하는 지구의 영혼이란 개념은 대체 뭘까? 과연 지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 지구의 영혼이란 것을 우리들은 꿈꿀 수가 있는 것일까?

소설 ‘지구의 영혼을 꿈꾸다’에서는 이런 의문들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그 해답을 인간들의 맑은 정신들에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즉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바로 지구의 뇌세포가 되기 위해 진화되어가고 있는 지구상에서 선택된 생명체의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 메커니즘이란 이렇다. 인간들의 개인의식들이 모여 거대한 집단의식이 되고, 그 집단의식이 성숙하면서 조화로운 공명현상을 일으키게 되면, 마침내 지구란 행성 자체도 스스로 생태계 시스템을 조절하며 우주에 긍정적인 주파수를 쏘아 올릴 수 있는 지구의 영혼, 즉 생명체 전체 집단의 영혼이 탄생된다는 이야기이다.

우주는 과학적으로 홀로그램 방식이면서 모든 우주의 사건들을 데이터처럼 처리해나가며 진화해 가고 있는 되먹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란 집단 역시 실수와 반복을 통해 진화되어가고 있는 중간자적인 동물이다. 하지만 지금의 인간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지구를 파괴하고 무분별하게 지구의 몸을 갉아먹는 기생충에 불과하다. 

소설에서 희망하는 지구란 행성을 진화시키는 뇌세포와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해답을 얻기 위해 작가는 독특한 방식의 대화를 통해, 모든 등장인물들을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해 나가며, 독자들을 내용 속으로 파고 들게 한다. 영혼을 울리는 맑은 이야기들이 담긴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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