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 교수

국가는 국민들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여, 이를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거나 국민의 복지 지원을 위해 재분배한다. 복지정책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구분된다. 선별적 복지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보편적 복지는 빈부의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보편적 복지는 선택적 복지에 비해 예산이 훨씬 크므로 그만큼 중상류계층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가 선별적 복지보다 재분배 달성에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재분배 역설’이라고 한다. 재분배 역설의 효과가 더 큰 이유는 선별적 복지는 제한된 인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중상류계층이 자신과 무관한 복지를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선별적 복지는 재원 자체가 적어 저소득층 개별 가구에 돌아가는 몫 역시 적을 수밖에 없지만 보편적 복지는 누진적 조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재분배 예산규모를 키울 수 있어 저소득 개별 가구에 돌아가는 파이(pie)도 커진다. 보편적 복지를 하면 대부분 계층이 혜택을 입기 때문에 저소득층과 중산층 모두 복지정책을 지지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보편적 복지정책을 실시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선별적 복지정책을 채택한 미국, 호주 등에 비해 불평등 정도가 낮고 계층 간의 빈부의 격차가 적어 사회적 갈등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므로 재분배 역설은 한마디로 효율성을 배제하고 형평성을 추구하는 경제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부유층의 투자, 소비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로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국가적인 경기부양 효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선 성장 후 분배’를 내세운다. 종국에는 소득의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논리이다. 이 이론은 분배보다는 성장을,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에 우선을 두고 있다. 따라서 늘 가진 자들의 편에 선 보수정당이 취해온 경제정책이다. 낙수효과는 고소득층의 소득증대가 소비 및 투자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되는 효과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낙수효과는 성장을 통해서 부의 절대적인 크기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누구나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부유층의 소득증대가 유발하는 소비와 투자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부유층의 감세가 낙수효과 대신에 오히려 양극화의 후유증을 야기했다.

2015년 IMF보고서는 상위 20퍼센트 계층의 소득비중이 증가할수록 GDP(국내총생산)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해온 낙수효과는 허상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통렬히 비판했다.

낙수효과와 대립되는 경제정책을 분수효과(fountain effect)라고 하는데, 이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분수처럼 아래에서 위로 뿜어져 나오게 한다고 주장한다. 분수효과는 복지정책 강화를 통한 저소득층의 소비증대가 핵심이며,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복지재원을 부유층에 대한 세금으로 확보한다는 점에서 성장보다는 분배를 우선시하는 경제철학에 뿌리를 둔다.

부의 불평등으로 전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m)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62명의 재산 총액이 전 세계 하위 50퍼센트, 즉 38억여 명의 재산 총액보다 더 많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10대 재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이 수백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1만 불 시대보다 상대적 빈곤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당국은 낙수효과의 허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대부분의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복지정책을 강구하여야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보편적 복지가 계층 간의 빈부격차를 줄여 사회적 갈등을 감소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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