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교수 '벌크 핀텟'...美 특허소송 패소, 경북대 통해 소유권 분쟁 일으켰나

삼성전자가 모바일기기에 사용된 특허기술을 3년간 무단으로 사용해 놓고 사용료 지급 대신 맞소송으로 대응했다가 수백억원대의 손해배상 위기에 몰렸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대학교수 소유의 특허기술을 빼앗으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사용되는 핵심기술을 특허사용료를 내지 않고 3년 동안 쓰다가 소송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특허권을 가진 교수가 재직중인 국립대 관계자를 만나 특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맞소송을 내도록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대학교수 소유의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도 모자라 수백억원대의 특허료를 내야할 상황에 처하자 교수가 재직 중인 학교를 움직여 맞소송을 제기하는 등 특허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발생시켰다는 주장이다. 

특허 무단사용 삼성전자, 수백억원대 특허소송 패소 위기

논란의 발단이 된 모바일기기 핵심기술은 바로 '벌크 핀텟(FinFET)'으로 불리는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이다. 이 기술은 높은 성능을 가진 모바일기기들이 사용되는 소비전력을 줄여 모바일기기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해당 기술은 이종호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가 지난 2001년 원광대 재직 시절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합작연구를 통해 개발했으며, 카이스트가 국내 특허를 갖고 국외특허는 이 교수 개인이 갖고 있다. 이 교수는 이 특허권을 카이스트의 자회사인 (주)케이아이피(KIP)에 권한을 양도해둔 상태다. 

이 기술은 2012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IT기업인 인텔이 해당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교수와 KIP가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인텔은 해당 기술의 사용료료 100억원을 지불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 기술을 2015년 갤럭시S6부터 사용해왔다. 하지만 인텔과 달리 특허사용료를 내지 않고 버텼다.

결국 KIP는 2016년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에는 국내에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KIP측은 "삼성전자에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청했지만,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젝시하는 등 특허권리를 침해당해 결국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종호 교수 등을 대상으로 특허권 무력화를 위한 맞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교수 등이 낸 특허의 권리가 잘못 설정된 만큼 특허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삼성전자는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만만했던 삼성전자의 태도는 지난해 10월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특허심판원이 삼성전자의 맞소송에 대해 "근거 없다"고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지불하지 않은 특허권 사용료 명목으로 최소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교수 vs 대학 간 '특허 소유권 분쟁' 배후는 삼성전자?

패소 위기에 놓인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정수가 아닌 꼼수를 선택했다. 이 교수의 특허권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하는 대신 이 교수가 재직했던 경북대를 접촉해 '특허 소유권 분쟁'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은 23일자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가 먼저 경북대에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비밀리에 경북대와 접촉하고 소유권 여부를 문의한 것은 현행 법상 재직중인 교수가 개발한 기술에 대한 특허는 대학쪽이 가질 수 있다고 관계법령에서 정하고 있어서다. 이 교수는 원광대 재직 시절 기술을 개발해 국내 특허를 신청했지만, 국외 특허 신청당시에는 경북대에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이 부분을 짚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특허 소유권 소송을 제기한 경북대도 특허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대는 현재 이 교수가 미국 특허를 출원할 당시 경북대 소속이었다는 점과 특허기술 관련 연구개발과제 협약서의 내용을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이 기술의 개발기시는 원광대 재직시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교수와 함께 특허기술을 연구했던 KASIT는 2001년 12월특허 기술의 국내 특허만을 출원했고, 국외특허는 이 교수에게 넘긴다는 확인서를 써줬다.

국책과제 특허 문제를 담당하는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특허의 권한을 교수에게 넘긴 경우, 특허의 권한은 교수가 갖게 된다"면서 "해당 기술의 연구에 기여한 바가 없는 경우, 기술을 개발한 교수가 해당학교에 재직중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소유권 주장은 어렵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 교수는 해당 기술과 관련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다는 사실을 이미 2003년 경북대 연구과제 보고서를 통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특허 소유권 소송을 제기한 경북대의 입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대는 "특허가 수십개라서 담당자가 모든 것을 다 검토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경북대가 패소를 각오하고 이 교수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삼성전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소송 당사자인 KIP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10여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와 경북대가 만나왔다"며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특허기술은 개발자들에게 정당하게 비용을 주고 사용하면 된다. 글로벌 IT기업인 인텔 역시 해당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지만, 적정한 사용료를 내고 특허기술을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정당한 사용료를 지급하는 대신 맞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패소 위기에 몰리면서 수백억원대의 배상비용까지 물어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에 특허 소유권에 분쟁을 일으키는 또다른 소송의 배후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삼성전자는 "재판 중인 상황이라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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