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등기이사 선임된 구광모 상무 경영전면에...지주사는 오너,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일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장자인 구광모 상무와 6인의 그룹 부회장단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LG그룹이 재계 최초의 4세 경영을 시작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는 지난 17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이제 구 상무를 필두로 한 4세대 경영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40세인 구 상무가 경영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현장경험 및 경영수업이 완료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의 급작스런 타계에 따른 긴급한 조치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 구본무 회장은 1975년 LG그룹 입사 이후 20여년간 국내외에서 일하며 현장경험을 쌓은 후 회장직에 취임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집단경영체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인 (주)LG는 오너 일가인 구 상무가 직접 챙기면서, 전문경영인인 부회장단을 통해 계열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집단경영 체제를 유지하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급작스런 임시이사회 통해 (주)LG 등기이사 선임된 구광모 상무 

LG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 상무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자였다. 하지만 2004년 아들이 없던 구본무 회장에게 양자로 입적됐다. 유학 중 만난 아내 정효정씨와 2009년 결혼했으며, 1남1녀를 두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공과대를 졸업한 구 상무는 2006년부터 재경부 대리로 LG에 합류했다. 2011년까지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일하다 2013년 귀국해 LG전자에서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부장을 맡았다. 이후 지난해에는 LG전자가 신설한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상무)를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구 상무의 ID사업본부 부장직이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ID사업부는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및 소재부품 계열사간 협업이 필요한 자리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 역시 1975년 그룹에 입사한 후 20여년간 국내외에서 받았던 현장경험을 쌓은 후 1995년 그룹 회장직에 취임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구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LG그룹은 구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지난 17일 긴급하게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인 (주)LG의 등기이사로 구 상무를 선임했다. 이에 따라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승인되면 구 상무는 LG그룹의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지주사는 오너,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이 

재계에서는 일단 LG그룹 지배구조 체계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급작스런 타계로 예상보다 빨리 구광모 상무가 (주)LG의 등기이사에 올랐지만, 기존 경영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현재 LG그룹은 오너 일가가 그룹 지배회사인 (주)LG를 맡고, 계열사들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말 승진한 하현희 (주)LG 부회장을 비롯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총 6명의 부회장단이 그룹의 주력계열사를 맡고 있다. 

지난 17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등기이사에 선임된 구광모 상무가 그룹 지주사인 (주)LG 이사회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면경영인으로 구성된 6인의 그룹 부회장단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구 상무는 29일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 선임이 확정된 후,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구 상무 입장에서는 (주)LG 이사회 의장을 맡아 그룹경영을 나서는 한편, 전기차 및 자동차 전장 사업 등 미래사업과 그룹의 투자 및 쇄신 방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LG그룹의 경영권이 4세대인 구 상무에게 집중되면서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과거 세대교체 과정에서 새로운 회장이 취임하면 그룹 경영에 참여했던 선대 형제들이 곧바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구본무 회장 취임 이후 LIG그룹 및 LS그룹의 1세대 경영진들이 곧바로 경영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시간을 두고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하지만 구 상무가 아직 회장직에 취임하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경영권 구축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계한 만큼 구 부회장의 독립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구 부회장이 (주)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구 상무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까지 집단경영체제의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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