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FN executive 부사장

어버이 날을 맞아 고향에 다녀왔다. 복사꽃과 배꽃은 볼 수 없었지만 고향의 향기는 늘 구수했다. 제비도 나를 반기듯이 주위를 맴돌았다. 콘크리트 양옥집 처마 밑에 제비집을 짖기가 한창이었다. 시골에서도 제비집 짓기는 오랜만이란다. 그래서일까 제비이야기로 집안의 활기가 더해갔다.

제비가 몰고 온 화제는 예상 밖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아버지는 제비집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데 마땅한 것이 없다면서 이런 말을 툭 던졌다. “둘째야, 좋은 이름하나 내놔봐라. ”필자는 브랜딩컨설턴트라며 여기저기에서 이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니고 있는데 그런 아들을 헤아리셨던 모양이다. ‘사랑방’, ‘또 하나의 가족’등 몇 가지 대안이 오갔다. 이름이 최종 결정되면 제비집,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경숙 작가를 좋아한다. 작품에서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엄마를 부탁해>의 첫 문장은 나의 여러 글쓰기에 활용되었다. “엄마를 잃어 버린 지 일주일째다”. 브랜딩컨설턴트라는 명함을 건네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브랜딩이 뭐예요?” 상대방이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책 하나를 선물받았는데 공교롭게도 신경숙의 책이었다. <리진>.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그 이름의 느낌이 생기는 게다.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면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도록 아름답게 살라.”

필자는 여태껏 브랜딩의 핵심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브랜딩은 좋은 이름을 짓고 그 이름에 좋은 값을 만들고 그 품위를 지켜 이름이 늘 살아 빛나도록 발전시키는 일이다. 그 사람하면? 그 제품 하면?  어! 아! 오! 하는 그 무엇이 떠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아름답게 살라’ 즉 좋은 브랜딩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정리해 보자. 다음의 세가지가 핵심이다.

우선 좋은 이름을 짓는다.
물론 좋은 이름이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아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의미다. 좋지 않은 이름(철저히 필자의 주관임)에도 훌륭한 개인브랜드가 된 이가 어찌 한 두 분 이겠는가? 결례지만 한무숙, 한말숙 작가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자매의 이름이 ‘숙 시리즈’인데 요즈음 말로 스마트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녀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자매가 되었다.

다음에는 이름에 좋은 의미를 덧붙이는 것이다.
즉 이름값을 만드는 것인데 여기가 핵심이다. 이름값은 상징화를 통하여 나타난다. 아웃풋이고 곧 결과물이다. 상징의 결정체는 바로 ‘별명’이다. 별명이 비전, 아이덴티티에 걸 맞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A대리는 기획의 신이야,  B과장은 영업의 달인이야”

마지막으로 꾸준한 자기관리다.
브랜딩 이론의 핵심은 이미지, 아이덴티티, 실체의 3요소가 삼위일체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3요소가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를 추듯이 흥겹게 움직여야 한다. 다름아닌 명불허전이고 언행일치다.

5월의 푸르름이 짙어 가는 요즈음,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는지 아니면 짜증의 마음이 일어나는지 공들여 살펴볼 일이다. 이름 값을 하며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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