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LG에 4G LTE 장비 공급...기술력·저가 앞세워 한국시장 집중 공략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이동통신 3사가 내년 3월 상용화 목표인 5세대(5G) 통신 구축을 위한 네트워크 장비업체 최종 후보군에 중국의 화웨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중견 통신장비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오는 6월 5G 주파수 할당에 맞춰 네트워크 장비 업체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등 4개 업체가 후보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업체인 화웨이가 포함되면서 국내 중견 통신장비 업체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화웨이가 국내 5G 관련 통신장비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화웨이는 5G 통신 장비 연구개발에 연매출의 약 15%인 897억위안(약 15조원)을 쏟아 붓는 등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로 올라섰다. 특히 경쟁 업체보다 30~40% 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등 점유율을 빠르게 올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자국 내 시장 진출을 봉쇄하면서 상황이 급변됐다. 같은 이유로 영국과 호주, 인도에서도 시장 진입이 사실상 힘들어지면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세계 최초 5G를 준비하는 우리나라가 화웨이의 표적이 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4월 중국 광둥성에서 열린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2018’에서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겠다”고 밝히는 등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화웨이는 지난 2013년 LG유플러스에 자사 4G LTE 장비를 처음으로 공급하며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어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에 성공하며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에 오르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화웨이가 가지고 있는 5G 장비 관련 기술 수준이 국내 업체들보다 3~6개월 앞서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3월 5G 상용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7월에는 장비 업체 선정을 끝내야 한다는 점에서 화웨이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5G 상용화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가 아닌 화웨이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중국 기술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무선 통신장비 시장의 약 50% 가량을 삼성전자가 점유하고 있다. 그 뒤를 노키아와 에릭슨이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5G 통신의 경우 기존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점유율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약 50여 중소‧중견기업에서 부품을 납품받고 생산하고 있어 점유율을 뺏기게 되면 이들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점유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생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5G에 수년간 투자해온 중소‧중견업체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것.

반면 화웨이의 경우 국내 관련 장비 업체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화웨이가 최종 선정될 경우 기술 종속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 장비 업계가 CDMA 세계 첫 상용화에 힘입어 ‘와이브로’ 세계화 도전에 나섰지만 실패한 후 5G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왔다”며 “화웨이가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중소‧중견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5G 무선장비 최종 후보군 선정은 지난 2월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를 대상으로 발송한 제안요청서(RFP)에 따른 결과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1차 제안요청서를 발송하고 지난 1월 21일 장비 제안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KT는 1월 29일, LG유플러스는 2월 13일 제안요청서와 함께 설명회를 가졌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