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참상 알린 독일기자 고 힌츠페터 부인, 진상규명 앞장선 헌틀리 목사 부인 등 찾아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고(故) 찰스 헌트리·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마사 헌트리 여사와 바바라 피터슨 여사가 1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5·18 기념재단 시민사랑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5·18 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서 당시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중항쟁을 국가 차원에서 기념하는 날이다.

오는 18일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각각의 사연은 다르지만 5·18 민주화운동과 뜻깊은 인연을 맺고 진실 앞에서는 다함께 뜻을 같이 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16일 국가보훈처는 이번 기념식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씨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씨와 고(故)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고(故)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 2018 광주인권상 수상자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가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 기자였던 위르겐 힌츠페터 씨는 참혹하고 비참했던 광주의 참상을 영상에 담아 전세계에 5·18 민주화운동을 알린 의인이다. 그는 택시기사 김사복씨의 안내로 계엄군에 봉쇄된 광주 시내를 오가며 광주의 실상을 취재했다. 힌츠페터 씨와 김사복 씨의 일화는 영화 ‘택시운전사’ 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안타깝게도 힌츠페터 씨는 2016년 1월 타개했는데 생전에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는 뜻을 가족들에게 수차례 밝혔고 그의 유지를 받든 가족들은 같은 해 5월 고인의 머리카락·손톱 등 유품을 광주 망월동 옛 5·18 묘역에 안치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 시사회에 참석한  힌츠페터 씨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는 남편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을 취재했던 고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와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또한 힌츠페터 씨의 인터뷰를 통해 5월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고 찰스 헌틀리(한국명 허철선) 목사의 부인도 기념식에 참석하는데 헌틀리 목사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실장으로 재직하며 부인과 함께 선교활동을 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거주하고 있던 미국인들에게 미국 정부는 대피를 권고했으나 헌틀리 부부는 이에 거부하고 계엄군의 공격을 피해 찾아온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부상자와 그 가족들을 지속적으로 도왔다. 

또한 당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거리와 예수병원에서 사망자·부상자 사진을 촬영했는데 당시 참상이 담긴 사진들은 헌틀리 부부에 의해 사택 지하 암실에서 인화됐다. 현상된 사진은 지인들을 통해 미국과 독일 등지로 보내졌는데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더불어 헌틀리 목사는 부상자에게서 나온 계엄군 실탄과 X-레이 필름을 챙겨놓은 뒤 훗날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하기도 했다. 후에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도 전투기 폭격 계획을 증언하고 5·18 진상 규명에 일조 했다. 

헌틀리 목사는 지난 6월26일 미국에서 타계했다. 헌틀리 목사 유족은 ‘광주에 묻어달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유골 일부를 가져와 오는 17일 광주 남구 양림동 선교사 묘역에 안장한다.

마사 헌틀리 여사는 이번 기념식에서 직접 무대 연단에 올라 남편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직접 발표해 특별함을 더한다.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 시사회가 열린 15일 오후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가 인사말 하고 있다.

또한 헌틀리 부부와 함께 5월 광주를 지켰던 고 아놀드 피터슨(한국명 배태선)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 여사도 기념식장을 찾는다. 아놀드 피터슨 목사는 1973년부터 가족과 함께 광주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했고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본국인 미국으로 피신하지 않고 가족들과 광주시민 곁에 남았다. 

그는 학자이자 역사학 교수였던 제3자인 외국인의 시각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기록했는데 특히 학살현장과 헬기사격을 사진과 함께 증언하는 내용의 회고록을 출간하기도 했다. 피터슨 목사는 2015년 작고했다. 
   
그 외에 5월 광주정신을 계승해 만들어진 2018 광주인권상 수상자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도 기념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낸다. 신부이자 인권활동가인 그는 스리랑카에서 자행된 국가폭력의 희생자와 함께 싸운 공로로 2018 광주인권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5·18 국립 민주묘지에서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50여분 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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