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민주신문 편집국장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일자리위원회가 5월 16일로 1주년을 맞았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업무지시 1호로 출범한 상징적인 조직이다. 정부 부처의 일자리정책을 총괄·조정하고 일자리의 질과 양을 모두 늘린다는 취지다. 초대 이용섭 부위원장은 6.13 지방선거에 출마해 민주당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뛰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일성은 일자리 창출이었다. 따라서 일자리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조직이다. 하지만 1주년을 맞았으나 정책홍보나 기념행사를 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고용지표는 최악이다. 일자리 상황판으로 장밋빛 플랜을 보여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근 일자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일자리 상황판을 들여다봤다. 올해 3월 실업률 지표는 4.5%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4%포인트가 높다. 청년실업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높은 11.6%, 비정규직 비중도 0.1%포인트 증가한 32.9%로 악화됐다.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기대치 이하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는 뉴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 꽤 됐다. 곳곳에 아직도 요란한 구호와 캐치프레이즈가 난무하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의 성적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복합적인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자리위원회는 출범 초 매달 한 차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지난 1년간 모두 5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 등 각계 위원들이 각각의 입장만 발표하다 보니 결과는 영 신통치 않다. 심도 있는 토론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그동안 ‘일자리 100일 플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 등 그럴듯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금으로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만든 것 말고 사실상 성과가 전무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이 증가한 서울과 부산, 대구와 달리 대전과 광주는 지난 5년간 제조업 생산이 연평균 3% 이상 증가하면서 청년실업률도 하락했다. 질 좋은 일자리는 결국 제조업과 고부가가치의 서비스업에서 나온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7만3000명으로 지난해 4월에 비해 6만8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11개월 만으로 취업자 수는 2014년 9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도 각각 6만1000명, 2만8000명 줄었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 제조업 경기가 위축된 결과가 후행 지표인 고용 감소로 현실화되고 있다. 제조업과 최저임금의 고용쇼크는 전체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월까지 취업자 수는 3개월 연속 10만 명대 증가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8개월간 10만 명대 이하를 기록한 이후 최악이다. 고용쇼크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을 옭매고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린 결과물이다.

그나마 고용이 늘어난 분야는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8만1000명)이나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14만4000명)처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곳이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고용은 줄어든 반면 혈세를 부어 만든 ‘생산 없는 일자리’만 늘어난 셈이다. 세금으로 늘린 일자리는 세금 지원이 끊기는 순간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이나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입장을 뒤늦게나마 바꿨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정책, 일자리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고용쇼크 탈출은 요원하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과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담아야 한다.

뚜렷한 대책도 못 내놓고 회의조차 제대로 못 여는 일자리위원회를 재정비할 때다. 일자리 정부의 초라한 일자리 창출 현주소를 보자니 답답하다. 차라리 일자리 상황판을 걷어치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우문현답’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일자리일지를 작성하는 게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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