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불법 어선 근절 요구…평화 수역 설정 및 관리·감독 주체 합의 필요

지난 5일 송영무 국방, 강경화 외교, 조명균 통일, 김영춘 해수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장관들은 서해 최전방 지역인 연평도와 백령도를 방문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불법 중국 어선을 근절해달라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4·27 판문점 선언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의 ‘평화 수역’ 조성의 기대감이 현실화되면서 인천 연평도와 백령도 일대의 남북 공동어로 조성 등 어민들의 어업 활동 여건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화약고’ 서해 북방한계선에 ‘평화 수역’이 조성되면 그동안 서해바다를 어지럽히던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근절될 수 있을지는 깊은 관심과 함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 NLL 일대 평화 수역 조성을 위한 후속 조치가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장관들은 서해 최전방 지역인 연평도와 백령도를 방문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불법 중국 어선을 근절해달라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4개부처 장관들의 서해 최전방 방문은 4·27 판문점 선언이 단순히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닌 정부 차원의 실질적이고 확실한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제3국의 불법 조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평화 수역 범위와 설정, 관리·감독 등 남북한의 실무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해군 등 군이 아닌 남북이 함께 평화 수역을 관리·감독할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동안 속을 끓이면서도 막지 못했던 중국의 불법 조업을 사전에 차단하고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다.      

서해 NLL 해역은 국내 최고의 꽃게 원산지로 봄이 되면 국내 꽃게 출하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곳 어민들은 NLL 이남 백령도 서쪽 2개 어장과 소청도 남쪽 1개 어장 등 4곳에서만 조업 활동이 가능했다. 

덕분에 북한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우리 군의 작전 구역 등을 고려했으나 어장은 협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거기다가 서해 NLL을 교묘히 넘나드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과 싹쓸이 조업은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15일 해양경찰청은 NLL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2016년 138척에서 지난해 54척(61%)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의 집중단속과 계도활동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불법 중국 어선들은 줄었지만 적지 않은 불법 중국 어선들이 호시탐탐 서해 NLL해역의 황금어장을 노리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NLL 남쪽에서 조업하다 단속에 나서면 재빨리 북한 해역으로 도주해 버리면 사실상 손 쓸 방법이 없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며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NLL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남북의 실무적인 협의를 비롯해 관련 부처들과의 협의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관련 부처들과 평화수역 내 해경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어선의 싹쓸이 불법 조업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서해 최북단 어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연평도 어민 김모씨는 “불법 중국 어선의 쌍끌이 저인망으로 통발 등 어구가 훼손되는 건 예삿일이고, 싹쓸이 조업으로 어족 자원이 씨가 마를 정도다. 이번 남북 합의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 남북 평화롭게 어로 활동을 하고,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길목부터 차단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긴장감을 완화하고 중국의 불법 조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남북 합의를 통해 군이 아닌 해경 등 정부의 다른 조직이 포함된 관리·감독 주체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전략연구소장은 “NLL 지역은 남북한의 문제가 있고, 국제법적으로 제3국에 대한 법 집행 여부 등 복잡한 문제들이 혼재된 지역”이라며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법 집행 세력으로 군이 나서는 것보다 해경과 같은 정부의 다른 조직이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이 평화 수역 운영을 위해 실무적인 합의가 중요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무력을 배제해야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제적 협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해경이 북한은 해경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조직이 서로 합의해 평화 수역을 함께 관리·감독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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