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폭행·밀수·세금탈루까지...문 대통령 "역외탈세 근절" 사정기관 압박 더 거세질 듯

한진그룹 직원들이 지난 12일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경영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집회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反)사회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 설치를 지시했다. '역외탈세'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지시한 것이다. 

관가에서는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의 배경에 한진그룹 갑질사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양호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조중훈 창업주의 해외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양호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사정기관들의 압박이 기존보다 휠씬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갑질로 시작된 한진사태, 사정기관들 전방위 조사 나서 

한진그룹 갑질 사태는 한 달 전인 지난 4월초 불거졌다. 한진그룹의 광고부문을 맡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3월 광고대행사와의 회의과정에서 물컵을 던지며 폭언을 일삼는 등 갑질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였던 광고대행사 직원이 피해를 봤음에도 조 전무에게 사과까지 했다는 내용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한진그룹 갑질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해당 사건은 일단 경찰이 수사에 착수되면서 갑질에 따른 폭행사건으로 처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한진그룹 직원들이 블라인드 게시판(익명게시판)을 통해 오너 일가의 갑질을 일일히 폭로하기 시작하면서 한진그룹 갑질사태는 오너 일가의 전횡과 비리 사건으로 확대됐다. 

이후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와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 등이 세관을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무차별적으로 명품 및 생필품을 들여온 것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관세청은 압수수색에 나섰다. 두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과정에서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가 거주하는 자택의 비밀방을 찾아내기도 했다. 

관세청은 지난 4월21일 한진그룹 갑질사태와 관련해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국세청도 가세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1000억원대의 상속세 탈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조중훈 창업주의 자녀들이 조 창업주의 해외 부동산과 예금을 상속받았지만,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검찰도 한진그룹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법무부 산한 서울출입국외국인청(구 출입국관리소) 이민특수조사대는 11일 대한항공 본사에 특별사법경찰관을 보내 인사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조양호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밝혀낸 조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건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서울지방국세청이 상속세 탈루 혐의로 조 회장 일가를 고발하면서 세금탈루에 대한 부분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정보분석원과 함께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수상한 자금흐름에 대한 내사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한진그룹이 오너 일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트리온무역'이란 오너 소유의 위장계열사를 적발하고 통행세 및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 그룹 경영진에서 전원 퇴진할까

법조계에서는 갑질로 촉발된 한진그룹 사태와 관련 오너 일가가 여러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기되는 의혹들의 죄질이 불량한데다 그룹 안팎에서 이들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제부와 정황들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어서다. 

한진그룹 사태의 단초가 됐던 조현민 전무의 갑질 폭행 논란은 일단 경찰의 수사결과 '업무방해' 혐의(기소의견)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됐던 폭력행위는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한진그룹 갑질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조양호(가운데) 회장을 비롯한 이명희(왼쪽) 일우재단 이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전 대표,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동반퇴진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국세청의 상속세 탈루 혐의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조세포탈 금액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실형까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에 대해 "고의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상속세금만 최대 1000억원대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이를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검찰 측 관계자의 전언이다. 

법무부가 수사 중인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파견'도 핵폭탄급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결과 가사도우미 불법파견 및 학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진그룹 일가는 막대한 재산에도 외국인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하고 학대한 파렴치범으로 몰릴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에서는 조양호 회장이 거취와 관련해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의 기소여부와 대한항공의 1분기 실적공개가 예정된 이번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사정기관들이 벌이고 있는 조사 및 수사 상황을 감안하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동반 퇴진 외에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면서 "동반 퇴진을 통해 오너 일가의 범죄 행위를 기업과 분리해야만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의 거취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이 지난 4월 델타항공과 설립한 조인트벤처가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동반 퇴진 후 델타항공의 임원이 대한항공의 경영을 맡고, 대신 조 사장이 델타항공에서 수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뒤 복귀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 일가가 동반퇴진을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도, 그룹의 지분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런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복귀에 앞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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