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회사 해외영업 출신, 어학연수 한번 안 간 토종 늘 공부
“복잡 귀찮은 일, IT로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기업 만들터”

강미숙 에벤에셀케이 대표.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민주신문 연중기획 [일자리가 미래다]는 청년실업이 만연한 암울한 시대에 희망과 비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각계각층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실업자 100만 시대, 취업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 취업 준비생의 40%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어 취업시장 쏠림 현상은 이미 사회 문제가 되고 있고 가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실업난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새 길을 찾으려는 ‘청년 창업가’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지는 이들의 창업기를 통해 청년실업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에벤에셀케이는 이미지‧동영상 압축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독자 개발한 ‘시각적 최적화 압축 기술’을 통해 해상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파일의 용량을 크게 줄여 데이터 저장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사람이 보기에는 같은 빨강색으로 보이더라도 컴퓨터가 인식하는 값은 다르기 때문에 파일 용량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에벤에셀케이가 개발한 기술은 비슷한 색상들끼리 최대한 모으고 불필요한 색상은 제거해 이미지 품질은 높이고 용량은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즉 사람의 시각 관점에서 압축한다고 해서 ‘시각적 최적화 기술’이라고 한다. 해상도와 파일 형식, 화질은 그대로 두고 용량만 줄이는 솔루션이다. PNG 형식은 최대 60%, JPEG 형식과 동영상은 최대 90%까지 용량을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5년 에벤에셀케이가 처음 선보인 이 기술은 이후 넷플릭스와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도 유사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 에벤에셀케이의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이 공개한 JPEG 포맷 이미지 압축 기술 ‘구에칠리(Guetzli)’의 경우 스마트폰 사진 1장을 압축하는데 420초가 걸리는 반면 에벤에셀케이는 3초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벤에셀케이의 이 같은 기술력은 2016년 금융위원장상과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K-글로벌 300’ 우수기업 선정,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에벤에셀케이는 ‘ScanPresso’, ‘imgPresso’, ‘VideoPresso’, ‘pdfPresso’ 등의 솔루션을 통해 국내 대표 이동통신사와 대기업 계열 보험사, 대형 병원, 자동차, 패션회사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강미숙 에벤에셀케이 대표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복잡하고 귀찮은 일을 IT기술로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기업이 되길 원한다”면서 “스타트업에서는 대기업과 같이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는 꿈꿀 수 없는 일도 서로 토론하고 분석하며 답을 찾아갈 수 있는 혁신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3년전 10년간의 직장 생활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에 당당히 뛰어들며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는 강 대표를 만나 스타트업 창업 준비부터 스타트업 창업가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10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기에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외할머니의 사진과 동영상을 친척들에게 모바일메신저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사진을 전송하면 화질이 엉망이 돼 전송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더라고요.

당시 같은 회사에 다니던 곽준기 현 공동 대표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압축 샘플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땐 너무 신기했어요. 5MB 용량의 사진을 1MB로 용량을 줄였는데 제 눈에는 원본이나 압축된 사진이나 모두 똑같이 보였어요. 그런데도 용량이 반 이상이나 줄어들었으니 그게 너무 신기했죠.

이렇게 고화질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일 수 있으면 기업 서비스에도 도움이 되겠다싶은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그때 사업할 수 있는 기회가 어마어마하게 열릴 것으로 기대했어요.”

-기술자나 개발자 출신이 대다수인 스타트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요?
“저는 행정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이후에는 IT회사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했어요. 사실 여기서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어학연수 한 번 안 다녀온 토종 한국인이거든요.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IT제품을 설명해야 했으니 오죽했겠어요. 공부할 수밖에 없었어요. 부족한 것은 배우고 익혀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죠.

지금도 사실 마찬가지에요. 잘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되요. 회사 경영자로서 IT기술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도 배워야 되죠.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하나씩 익히고 배우는 자리, 그게 바로 대표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에벤에셀케이의 대표 솔루션인 'imgPresso'의 테스트 이미지. 원본(위) 사진의 용량은 11.9MB이지만, 테스트 사진은 1.05MB에 불과해 용량을 91%나 줄였다. 사진=에벤에셀케이 제공

-‘시각적 최적화 압축 기술’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기술에 대한 설명과 어느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을까요?
“기존의 압축 방법이 화질을 낮추거나 해상도를 변경하면서 용량을 줄였다면, 이 기술은 동일 해상도에서 화질을 원본과 최대한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파일 용량을 줄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사람의 눈은 같은 빨강색이라고 인식하더라도 컴퓨터는 255.0.0과 254.0.0으로 두 개의 다른 색으로 인식하죠.

이처럼 사람 눈이 같다고 판단되는 색상 값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거예요. 그러면 컴퓨터는 같은 색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를 합쳐서 압축하게 되니까 더 많은 용량을 줄일 수 있는 거죠. 동영상 압축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람 눈으로 볼 때는 화질은 원본과 비슷하고 파일 포맷 형식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의 시각 관점에서 압축한다고 해서 ‘시각적 최적화 압축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구글이 2017년 ‘구에칠리’를 공개했는데 스마트폰 사진 1장을 압축하는데 구글 구에칠리는 420초가 걸리지만 저희 기술은 3초면 압축이 완료됩니다. 현재 일반 기업에서는 물론 쇼핑몰이나 이러닝 등 이미지와 동영상을 많이 다루는 기업이면 모두 사용이 가능하죠.”

-에벤에셀케이가 추구하고 있는 사업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고객의 복잡하고 귀찮은 일을 IT기술로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기업’이 되기를 원해요. 내부에서는 이를 ‘노가다를 IT기술로 승화시킨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죠(웃음). 가령 웹사이트에 올라가는 이미지를 편집 툴을 사용해 일일이 화질과 용량을 최적화해야 했다면, 우리의 기술을 사용해 클릭 한 번으로 최적의 화질‧더 작은 용량의 결과물을 내놓는 방식이에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웹 서비스도 이러한 방향에서 복잡하고 귀찮은 이미지 처리 업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에 취업한다고 하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업계 당사자로서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스타트업 취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그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대기업의 경우 월급도 높고 복지도 잘 돼 있잖아요. 고용의 질이 높죠. 그에 비해 스타트업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가지지 못한 DNA가 있어요. 바로 혁신의 DNA죠.

특히 각각의 직원들도 혁신가입니다. 저희 직원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현상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모색합니다. 그 생각이 옳은지 틀렸는지를 미리 겁낼 필요가 없어요. 누군가 이야기하면 다른 이는 경청하고 그것에 대해 다시 분석하며 서로 답을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는 꿈꿀 수 없는 일이죠.

이 같은 문화는 저희뿐만 아니라 여러 스타트업에서 퍼져있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가 이런 곳이면 괜찮은 직장 아닐까요? 설령 스타트업이 망하더라도 그곳에서 본인의 역량이 성장했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업자수는 1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청년 실업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타트업이 지금의 실업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단기적으로는 ‘NO’이지만 장기적으로는 ‘YES’라고 생각해요. 청년 실업난은 일자리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기업의 입사 조건과 비슷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은 단기적으로 청년 실업난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좋은 케이스들이 생기면 구직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로서 스타트업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국내외 IPO(기업공개)를 하는 스타트업, M&A 당하는 스타트업 뉴스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죠.”

강 대표와 함께 일하는 에벤에셀케이 직원들. 사진 왼쪽부터 탐 백(Tom Baek), 토마스 한(Tomas Han), 존 장(Jonh Jang), 준 곽(Jun Kwak).

-많은 젊은 세대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고 있고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 선배로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저 같은 경우 우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잠재 고객들을 만나보기로 했어요. 게임 개발사를 타깃으로 정하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열리는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전시장으로 향했죠. 일일이 부스에 방문해 인터뷰도 하고, 주 사용자 층인 디자이너들을 소개받아 제품 방향에 대한 의견도 들었어요. 가설에 머물러 있던 것들을 하나씩 검증하고, 직접적인 구매 의사까지 확인했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PNG 포맷의 이미지 압축 제품을 출시했고, 각 회사마다 테스트 버전을 보냈어요. 하지만 테스트 후기가 예상과 달랐어요. 이미지 파일의 용량 압축은 많이 되는데, 결과적으로 쓸 수 없다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당장 찾아갔죠.

디자이너들이 PNG 포맷의 파일을 압축하고 그 파일을 개발자에게 보내면, 개발자들은 해당 파일을 게임 개발 엔진에 업로드해 최종산출물인 앱(APK)을 만들어냅니다. 이 때 게임개발엔진이 이미지 파일 포맷을 PNG가 아닌 다른 확장자의 전용 포맷으로 변경해요. 이 때문에 PNG 파일을 압축하는 것이 사실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에요.
이런 세세한 내역을 모르고 디자이너들이 수작업으로 압축을 하고 있었던 것이고, 저희는 그 분들의 이야기만 듣고 제품을 만들어냈다가 실패한 셈이 됐죠.

이후 제품 개발 방향은 피봇했지만 그 때의 여파로 회사가 어려워져 함께 시작했던 멤버들을 모두 내보내는 쓰라린 아픔까지 경험했어요. 한 집의 가장이신 분들이라 정말 너무나 죄송했죠. 다행히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그 분들을 모셔올 수 있게 됐어요. 예비창업자 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해요.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의 업무 플로우 전반을 먼저 이해하고 창업에 나서기를 권면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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