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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의 법률칼럼]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도입 서둘러야 한다
  • 서보학
  • 승인 2018.05.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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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00~800명의 젊은이들이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대부분이 특정 종교의 신자들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평화 및 생명 존중의 신념 때문에 병역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의 숫자도 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형사처벌이 시작된 1950년경부터 2016년 말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젊은이들이 약 1만 8800명에 달한다. 

이들에게는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는 최저 형량인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다. 형집행으로 병역은 면제되지만 이들은 평생 전과자라는 불명예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 전과자라는 딱지가 취업 및 결혼 등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이들에게는 확인할 수 없는 개인의 양심을 핑계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회피한 비겁한 사람들이라는 비아냥도 따라 다닌다. 북한과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서 병역거부자는 이유가 어떠하든 ‘양심’불량국민으로 낙인찍혀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와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오랜 논쟁거리이기도 하고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전쟁 및 이에 수반하는 인간의 살상에 반대하기 때문에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개인의 종교관, 세계관, 가치관에 입각한 확고하고 진지한 거부로서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는 보편적 인권인 양심의 자유에 속한다’, ‘개인의 양심에 기반한 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민주사회의 중핵적 요소이기 때문에 그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질서 유지에 중대한 해악이 되지 않는 한 국가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다’는 것이 찬성측의 주장이다.

‘개인의 양심이 내면세계에 머물러 있는 한 절대적 보장되어야 할 것이나, 개인이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외부적 행위를 하는 때에는 그 행위가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침해하거나 국민의 헌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과 이미 참혹한 전쟁을 치룬 우리나라에서 국방의무는 국가안전보장과 표리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고, 국가안전보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므로 특정 개인이 자신의 자유권을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안전보장의 근간인 국방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반대측의 주장 모두 단호하게 거부하기 어려운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관·세계관 및 신념과 결부된 문제라서 어느 한쪽이 쉽게 수긍하고 자신의 입장을 포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법은 충돌하는 헌법적 가치의 조화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있다.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이행을 통한 국가안보라는 두 개의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선택하여 나머지 가치를 전면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충돌하는 가치를 모두 최대한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조화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그 해법은 바로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체복무제는 종교적 혹은 개인적 이유의 비폭력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 거부를 하는 사람들이 국방의무를 군대에서 복무하는 대신에 강도 높은 사회봉사 영역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대체하는 제도이다. 주로 군복무 이상의 기간 동안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사회복무요원', '사회공익요원', '재난구호요원' 등으로 근무하게 하는 방식이다.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다른 대체복무의 형식을 허용한다면 복무기간과 일의 강도에 있어서 더 큰 불이익과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현재도 우리나라는 현역병 외에 개인적 특성이나 사회적 필요에 따라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공익법무관, 공중보건의 등 다양한 형태의 복무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적 혹은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 거부를 하는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군복무를 이행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현재와 같이 이들에게 군복무 이행 또는 교도소 중 하나를 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존립 근거인 양심과 신념을 침해하는 국가의 횡포이자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국제앰네스티가 제시한 8대 인권의제에 대한 답변서에서 “양심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 중 최상위의 가치를 가지는 기본권이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는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05년에 이어 작년에도 국방부 장관에게 대체복무제 정책수립을 권고한 바 있다.

대체복무 도입에 찬성하는 국민여론도 크게 증가하여 지난 2016년 한국갤럽조사에서는 70%가 찬성의견을 보인 바 있다. 최근 법원의 판결에도 이런 여론의 변화가 반영되어 작년에만 44건의 하급심 재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 이전이라도 국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충돌하는 헌법적 가치의 조화로운 해결에 나서야 한다. 최근 법무부가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초안을 통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양심을 이유로 총을 들 수 없는 젊은이들이 다른 형태로 국가에 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명예로운 시민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최근 한반도에 흐르고 있는 평화무드의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서보학  suhbh@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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