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변경 통해 5조원대 기업으로, 논란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산정에 영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변경 논란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다는 게 재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사진은 2015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출처=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재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 삼바로직스를 고발했던 참여연대 측은 "우리가 문제를 제기한 삼바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본질적으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도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승계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삼바로직스가 연관성을 갖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회계사들 역시 참여연대와 비슷한 반응이다. 삼바에피스의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 탄탄한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한 삼바로직스 덕분에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이 (구)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에 경영승계와 관련된 그룹의 현안들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먼저 2014년 (구)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에버랜드를 합병시킨 후, 소재부문만 남았던 제일모직을 삼성SDI와 합병시켰다. 이후 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고, 2015년 (구)삼성물산을 흡수합병했다. 이후에도 역시 사명을 (현재의) 삼성물산으로 변경했다. 

주목할 부분은 2015년 있었던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당시 제일모직의 1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제일모직의 지분 23%를 보유했다. 반면 (구)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1대주주였다. 재계관계자들은 두 회상의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게 당시 삼성그룹 경영승계 구도의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착착 진행되던 삼성의 경영승계 프로젝트는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헤지펀드 엘리엇이 시가총액을 근거로 합병비율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당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평가를 근거로 (구)삼성물산과의 합병비율이 적정하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삼바로직스의 기업가치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재의 수준으로 변신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급격하게 가치가 늘어난 삼바로직스 덕에 제일모직은 엄청난 지분법 차익을 누릴 수 있었고, 이것이 2015년 (구)삼성물산과의 합병비율의 근거로 작용돼 시가총액에서 제일모직을 압도하던 (구)삼성물산이 되레 제일모직에 흡수합병되는 상황이 연출됐다"면서 "삼바로직스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없었다면 삼성그룹 경영승계도 지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엄청난 휘발성을 가진 삼바로직스 분식회계 사태에 대한 최종판단은 오는 17일 열리는 금융위 감리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심사방식은 검사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출석해 일반 재판처럼 진행되는 '대심제'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삼바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최종 판단 결과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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